[음반리뷰]창작대중가극 '눈물의 여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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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창작대중가극 '눈물의 여왕'

작곡·지휘 정치용,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오케스트라.서울모테트합창단 (삼성뮤직 SCO - 034BSH)

뮤지컬이나 악극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 12일 막을 내린 창작대중가극 '눈물의 여왕' 을 보고 나서 던져보는 질문이다.소설 '애정산맥' 을 극화한 이 작품은 '눈물의 여왕' 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백조가극단 소속 배우 전옥의 이야기. 지휘자 정치용이 작곡.음악감독을 맡아 관심을 끌었으나 극중극 '눈 나리는 밤' 보다 이데올로기의 대립에 처한 예술가의 고민을 다룬 작품구도에 지나치게 음악적 비중이 주어졌다.

극중극에 나오는 '동지섣달 눈나리는 밤' 은 가곡 '기다리는 마음' 을 연상하게 했고 피아노와 현악합주가 들려주는 '전옥테마' 는 '여명의 눈동자' 나 '모래시계' 테마를 떠올리게 하는 나약한 주제다.

'개나리 고개' '서울의 지붕밑' 등 구전가요의 '새로운 편곡' 도 거의 노래방 반주기기 수준이다.

아코디언이나 브라스밴드의 연주는 무대 위에서 재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상대적으로 합창과 오케스트라의 장중한 편곡으로 처리돼 음악적 비중이 높았던 '토벌대의 노래' '학도병가' 도 기억에 남을만한 선율은 아니었다.

건질 만한 노래는 전기현 작곡의 '삼천리 타령' 정도. '옛것의 재현' 도 좋지만 작곡자의 창의력과 현대적 감각을 곁들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음악을 소재로 한 연극' 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음악이 시낭송이나 대사의 배경음악 정도로 푸대접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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