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업무보고 대화록]"대학 많아도 수준낮아 걱정" 김대중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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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13일 교육부 업무보고를 받은 후 질문 응답시간에 가장 강조한 대목은 대학경쟁력 강화와 사교육비 없는 대입제도 정착이었다.金대통령은 국가의 장래와 관련, "양적으로 대학은 많은데 대학수준이 낮은 것이 가장 큰 걱정" 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세계 8백위 안에 꼽히는 대학이 없다는 얘기도 있어 세계화.무한경쟁 시대에 정말 걱정이다.

대학의 경쟁력을 세계 수준으로 높일 방안은 없는가" 라며 교육부 정상환 (鄭相煥) 학술연구지원국장을 지적해 물었다.鄭국장은 "서울대가 아시아 16위라는데 반성하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대학원중심 대학을 육성하고 의학.법학.경영 등 특수분야의 전문대학원을 양성하겠다" 고 답변했다.金대통령은 "미국 대학들은 학벌보다 실력.경쟁을 중시하고 이런 점이 미국사회를 이끌어가며 매년 대학평가를 해 등급을 발표, 경쟁을 촉진한다.

우리도 이런 평가와 등급제가 필요하고 수요자가 대학의 실상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 대안을 제시했다.이에 이해찬 (李海瓚) 장관은 "외국 평가전문기관의 국내 자회사 및 국내회사 등의 도움을 받아 올해 대학평가를 하고 수요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겠다" 고 다짐했다.

金대통령은 "미국 대학들은 출신대학에 관계없이 실력위주로 교수를 뽑는데 우리는 서울대 96.2%, 연세대 80.3%, 고려대 60.2%등 자기대학 출신 교수비율이 너무 높다" 며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물었다.李장관은 "우리 교직사회는 비판적인 상호 토론문화가 없고 실력보다 연공서열로 움직이는 게 사실이다.

교수쿼터제 도입.지방대와 서울지역 대학 교수간 교류 활성화 등을 추진하겠다" 고 말했다.金대통령은 끝으로 "학부모 입장에서는 사교육비 경감이 가장 시급하다.

따라서 입학은 쉽고 졸업은 어렵게 하는 대입제도를 만들 것" 을 당부했다.한편 李장관은 "현재 등록금 수준과 재정여건상 모든 대학을 지원할 수는 없어 일부 우수대학을 연구중심 대학으로 육성하고 나머지 대학은 직업교육 중심 대학으로 키우겠다" 며 대학육성 이원화정책 방향도 밝혔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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