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서점들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 몸부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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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문화적 울림의 역사를 이어갑니다." 신촌 굴다리 옆 연대생들도 잘 모르는 골목에 숨어 있는 '오늘의 책' (02 - 332 - 8334) 간판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번쩍거리는 유흥가에서 섬처럼 외로운 모습으로. '돈없으면 방빼라' 는 자본주의의 논리에 맞서 출자금을 모집, '문화공간' 으로 새롭게 무장한 사회과학서점의 결기가 느껴진다.

오늘의 책은 96년 12월 현재 위치로 옮기면서 지하에 13평 가량의 '열린 공간' 을 마련했다."대학이 담당했던 '비판' 의 기능이 점점 퇴색해가는 요즘 문화의 생산과 소비를 스스로 하면서 비판적으로 수용.공유하자" 는 취지에서였다.

아직 운영을 전담할 인력이 부족해 활용이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태다.주중엔 학회.수업 조모임 등에 1인당 2천원씩 장소이용료를 받고 세미나 장소로 빌려준다.

격주 금요일마다 정기상영회도 열린다.지난달부턴 연대 이공대 신문 '연세과학' 과 합동으로 '과학기술영화제' 를 마련해 '신세기 에반게리온' TV판을 심야상영했다.

고려대 앞 '장백서원' (02 - 922 - 6258) 도 지난해 9월 살림을 줄여 옮기면서 지하에 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25평 공간을 마련했다.활동 내용은 작가 간담회 (매달 1회) ,가수공연 (매주 금요일) , 대학영화패의 창작물 위주의 영화상영 (매주 목요일) 등. '봄날' 의 작가 임철우씨, 허벅지밴드, 민중가수 최도은씨 등이 다녀갔다.

저녁엔 술과 음료도 파니 한마디로 술마시고 노래하고 영화보고 토론도 하는 '복합문화공간' 이다.

"좀더 활성화가 되면 학교행사와도 연결을 하려 한다.그러다 보면 더 많은 대학생들이 이 곳을 들락거리게 되고 '스스로 즐기고 노는 곳' 으로 이 장소를 이용하게 될 것" 이라는 게 장백서원 대표 김용운 (33) 씨의 설명이다.

그 시절의 사회과학 서점들이 명맥을 잇고자 노력하는 모습. 왜 대학가의 주인공들은 냉담한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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