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 성지순례 매년 사고…참배객은 구름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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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슬람교도 성지 (聖地) 메카에서의 참사가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올해 메카 성지순례 마지막날인 9일 낮 (현지시간) 메카 인근 미나에서는 수십만명의 이슬람교도들이 운집한 가운데 악마를 상징하는 기둥에 돌을 던지는 의식이 진행되던 중 대형 압사사고로 1백18명의 순례자가 목숨을 잃었다.

메카에서의 이번 인명피해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사고방지를 위해 메카의 도로망.숙소의 확장.현대화에 오일 달러를 쏟아붓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것이어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사우디 정부는 사고 당일 봉사대원들을 동원해 순례자들에게 차가운 물봉지를 나눠줬고 수대의 헬기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공중에서 대기 비행했으나 섭씨 38도의 뙤약볕 아래 탈진한 노약자들이 군중들에 밀려 쓰러지면서 발생한 압사사고를 방지하지는 못했다.

메카에서는 90년 순례기간때도 돌 던지는 의식에 군중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1천4백26명이 압사했으며 94년에도 같은 이유로 주로 인도네시아인 순례자 2백70명이 숨졌다.또 지난해에는 주로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인등 3백50명의 아시아인 순례자들이 텐트 화재로 사망하고 1천5백여명이 다쳤다.

하지만 이같은 연례화된 참사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이슬람교도들의 메카순례가 줄어들 가능성은 희박하다.전세계 11억 이슬람교도들에게 메카순례는 일생일대의 소원이며 성지 메카에서의 죽음도 축복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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