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의결 무조건 따라야" 구조조정촉진법 위헌 제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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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기업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 2001년 도입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대해 법원이 "사유재산권 등의 침해 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고법 민사1부는 2일 현대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채권금융기관 협의회가 출자 전환을 결정했는데도 따르지 않고 있다"며 교보생명 등 3개사를 상대로 낸 소송(출자전환이행청구)과 관련, 근거가 되는 기촉법 17조 1항, 27조 1.2항에 대해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들은 기촉법의 핵심 조항으로, 주채권은행 주도로 열린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서 채무 재조정 등을 의결하면 다른 채권 금융기관들은 이를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하고 있다. 의결은 총 채권의 75% 이상을 보유한 금융기관들의 찬성으로 가능하다. 기촉법은 당초 올해까지만 효력이 있도록 제정됐지만 현재 기한 연장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현행 기촉법은 채무자의 입장을 거의 배제한 채 채권단에 불과한 협의회가 사실상 기업의 경영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있어 기업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며, 반대 의견이 있는 금융기관들도 의결을 강제로 따르게 해 사적 자치와 재산권 보장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채권자 중 외국 금융기관이나 비금융기관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게 해 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외환은행은 2000년 11월 현대건설의 워크아웃 진행을 위해 채권금융기관 협의회를 소집, 무담보 채권에 대해 출자전환을 의결했다. 이후 430억원 상당의 채권을 보유한 교보생명 등 3개사가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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