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자 울리는 직업소개소…바가지 소개료 "미리내라" 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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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해 말 회사의 감원조치로 실직한 金모 (32.경기도부천시) 씨는 올 초 생활정보지에 실린 '월급 70만원에 보너스 6백%' 라는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갔으나 알고 보니 사설 직업소개소였다.

金씨는 소개소의 '취업을 시켜줄테니 알선료 30만원을 선불하라' 는 말에 돈을 냈다가 3개월 동안 취업을 못해 환불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소개료는 취업 후 지불하는 성공보수로 선불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데 이를 모르고 당했던 것이다.

李모 (36) 씨는 최근 직업소개소의 알선으로 월평균 1백20만원을 받기로 하고 한 봉제회사의 경리직에 취업했다.李씨는 취업 후 소개소가 알선료 20만원을 요구, 지불했다.

직업알선료는 법적으로 취업 후 월평균 급여 (첫 3개월 평균치) 의 10%를 구직.구인자가 4대6의 비율로 나눠내도록 돼 있다.따라서 李씨가 4만8천원, 회사측이 7만2천원만 내면 되는데 직업소개소가 법정요금 이상을 받은 셈이다.

강모 (44) 씨도 소개소 문을 두드렸으나 상담사가 아닌 경리직원으로부터 직업소개를 받은 뒤 원치않던 다단계회사의 판매원으로 취업하게 됐고, 강씨는 결국 두달만에 그만두고 말았다.이처럼 최근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일부 직업소개소에선 가뜩이나 심적.경제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실직자.구직자들을 울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올 1분기중 직업소개소 관련 피해건수는 50건이 접수돼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건보다 크게 늘었다.이와 관련, 소보원이 구직경험자 2백63명을 대상으로 조사, 8일 발표한 '구인.구직 서비스 실태조사' 에 따르면 사설 직업소개소의 경우 응답자 1백61명중 61.7%인 1백명이 법정요금 이상의 소개료 요구.직업정보제공 미흡.원치않는 직업소개 등으로 불만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국.공립 직업안정기관을 찾아간 구직자 36명 가운데에서도 24.3%인 9명은 불만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가장 흔한 경우가 소개료 과다징수. 구직자의 입장에서는 월급여액의 4%만을 소개료로 내면 되나 이번 조사결과 소개료를 지불한 사설 직업소개소 이용자 가운데 11%는 월급여의 20%이상을 소개료로 내는 등 74%가 법정소개료 이상을 지불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직업소개소 51곳중 16곳 (31%) 은 상담원이 아닌 직원이 직업상담을 하고 있었다.소보원측은 이에 대해 "직업소개소를 찾기 전에 관련 규정을 꼼꼼히 살펴보고 부당사례가 있을 경우 반드시 신고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고 당부한다.

소보원 거래개선팀 설승민팀장은 "과다요금을 냈거나 선불을 했는데 돌려주지 않으면 입금증이나 관련 서류를 첨부해 고발하면 돌려받을 수 있다" 고 설명했다.소보원은 구인.구직관련 불만접수창구 (080 - 220 - 2222.02 - 3460 - 3000) 를 개설 중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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