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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정상들에게 듣는다 ⑤ 브루나이 하지 하사날 볼키아 국왕 e-메일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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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군주 중 한 명인 하지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은 “브루나이 산업 다각화를 위해 한국과 정보기술(IT) 분야 등에서 인적 교류 확대를 희망하며, 이중과세방지협정이 체결되면 양국간 경제협력이 강화될 것이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한국은 브루나이의 주요 무역 상대다. 이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민간 접촉, 특히 기업 간 접촉을 넓힐 필요가 있다. 상공회의소나 투자 기관들 간의 교환방문을 통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한·아세안 센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하는 브루나이의 하지 하사날 볼키아(63) 국왕은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하면서 “한국과 브루나이 간에 이중과세방지협정이 체결되면 양국 간 경제협력은 더욱 진전되고 투자도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브루나이와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협력해 왔는데, 대단히 고맙게 생각한다”며 “한국과의 IT 분야 인적 교류를 확대하고, 산업 다각화와 관련해 한국이 기술 지원을 확대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브루나이 경제에서 90%를 차지하는 석유·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산업 다각화를 꾸준히 추진해 왔다.

그는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선 “브루나이는 한반도의 현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다른 아세안 회원국과 같이 우리는 6자회담을 통해 해법을 찾고자 하는 한국의 노력을 지지한다. 또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6자회담 참가국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볼키아 국왕은 정교일치(政敎一致) 체제의 이슬람 왕국인 브루나이에서 사실상 ‘국가’와 같은 존재다. 술탄인 동시에 행정수반인 총리, 재무·국방장관, 군·경찰 총수까지 겸하고 있다. 입법·사법부의 주요 인사도 직접 임명한다. 브루나이가 석유 부국이어서 그는 1997년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 최고의 부자로 뽑히기도 했다. 그 뒤 빌 게이츠 등에게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여전히 각국 군주 가운데 자산 랭킹 5위 안에 든다.

-브루나이와 한국 간 협력을 확대할 파트너십을 더욱 발전시킬 방안은.

“한국은 브루나이의 발전에 기여해 왔다. 특히 IT와 인적교류 분야에서 그랬다. 브루나이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선 국민들의 기술·지식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양국 간에 젊은 사람들과 관료, 전문가들의 교류 프로그램을 확대했으면 한다.”

-세계 금융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미래에 대한 확실성이 필요하다. 경제의 펀더멘털이 안정을 되찾았다는 것을 확신시켜 투자자와 기업들이 안심하고 예전처럼 사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브루나이는 국내 금융 분야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내년 12월까지 국내외 통화로 된 예금을 모두 지급 보장하고 있다. 자금도 축적하고 있다.”

-경제 대국들도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나.

“오늘날 세계경제는 상호의존적이다. 주요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은 다른 나라 경제에도 충격을 준다. 신용 위기가 처음 시작됐을 때 우리는 아시아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날 상황은 다르다. 브루나이는 그간 경기 후퇴에 대비해 왔다.”

-아세안 회원국들 간의 협력 방안은.

“브루나이는 아세안 회원국으로서 보호주의에 반대한다. 우리는 2015년까지 아세안 경제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대화 상대들과 협력하고 있다. 또한 아세안+3국(한·중·일) 대화를 통해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2000년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아세안+3국 재무장관 회담에서 합의한 역내 금융위기 방지 시스템)를 강화하고 확대했다. 나는 이런 노력이 역내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브루나이의 복지정책은 유명한데.

“국민 복지는 우리의 최우선 과제다. 브루나이는 각 정부 부처·기관을 통해 국민들에게 포괄적인 복지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다. 모든 브루나이 시민은 무상으로 교육·의료 서비스를 받는다. 개인소득세가 없고, 주택자금도 보조해 준다. 땅이 없는 사람에게는 땅도 준다.”

김한별 기자

하지 하사날 볼키아 국왕

1946년 제28대 술탄 오마르 알리 사이푸디엔의 장남으로 출생

1967년 선왕의 자진 퇴위로 왕위 승계

1968년 제29대 술탄 즉위

1986년 국방장관

1997년 재무장관

2007년 포브스 선정 세계 최고 갑부 군주

브루나이는

공식 국명은 브루나이 다루살람(Brunei Darussalam). 다루살람은 ‘평화가 깃든 곳’이란 뜻이다. 보르네오섬 서북 연안에 위치해 있다. 1984년 1월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자마자 한국과 외교 관계를 맺었다. 교민 90여 명(2006년)이 살고 있다. 면적은 경기도의 절반 크기인 5765㎢. 인구 39만8000명(2007년)은 말레이계 67%, 중국계 15%, 토착인종 6%, 기타 12%로 구성돼 있다. 이슬람교가 국교며 절대 세습 왕정 체제다. 신앙의 자유는 인정하지만 포교는 금지돼 있다. 산유국으로 하루 18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한다. 국내총생산(GDP)은 123억 달러, 1인당 GDP는 3만1076달러에 달한다(2007년 기준). 그러나 제조업과 사회간접자본은 취약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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