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활동 일본 여간첩 48년 '대역' 총살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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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48년 중국 국민당 정부에 의해 총살된 것으로 알려진 일본군 남장 여자스파이 가와시마 요시코 (川島芳子)가 당시 처형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숨졌을 가능성에 대해 연합국총사령부 (GHQ)가 비밀리에 조사를 벌인 것으로 밝혀져 화제다.

청조 왕족으로 태어나 일본인 양녀로 들어간 가와시마는 청조 부흥을 위해 일제의 만주국 건국에 깊숙이 개입하는 등 '동양의 마타하리' 로 불려 온 인물. 지지 (時事) 통신이 미국 국립공문서관에서 최근 입수한 '가와시마 요시코 파일' 에 따르면 GHQ는 평소 단발이었던 가와시마의 시체 사진이 장발이고 처형이 공개되지 않은 점에 의문을 품고 방첩부대에 조사를 지시했다.

"가와시마가 살아 있다면 극동지역에 위험한 상황을 가져올지 모른다" 는 것이 이유. 방첩부대는 이에 따라 그녀가 소녀시절을 보낸 나가노 (長野) 현 마쓰모토 (松本) 시의 양아버지집을 감시하고 관계자 25명을 심문까지 했다.

당시 심문받은 사사가와 료이치 (笹川良一.사망.전일본선박진흥회장) 는 "중국에서는 돈이면 무엇이든 됐다. 공개 처형된 사람은 가와시마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가와시마의 처형 얘기가 전해진 직후 중국 대공보 (大公報) 는 당시 대역 (代役) 총살설을 보도한 바 있다.

도쿄 = 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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