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개혁을 말로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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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금융권의 불건전여신이 미국 등 선진국이 적용하는 3개월연체이상 요주의 여신을 포함하는 국제통화기금 (IMF) 의 기준으로 67조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금융감독위원회 (금감위) 의 이헌재 (李憲宰) 위원장이 부채비율을 2백%이내로 못 줄이면 부실기업으로 간주, 접근하겠다고 했으니 기업부도나 정리로 인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중 금융기관 전체의 불건전여신 규모가 1백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국에서 우리의 장래를 어둡게 보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기업의 과다 차입과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미정리다.한국개발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말 국내기업의 부채총액이 9백조~1천조원으로 추정되고 평균금리를 18%로 보면 한해 이자부담만 1백50조원이 넘는다.

이같은 과다한 기업의 차입구조를 개선하려면 1차적으로 금융기관의 부실여신을 정리하는 것이 순서다.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둔 채 금융기관을 매개로 기업을 개혁하겠다는 발상은 처음부터 앞뒤가 안맞는 것이다.

따라서 금감위가 먼저 시작해야 할 일은 바로 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것이다.부실채권의 정리는 단순히 부실채권 정리기구를 만들어 채권을 인수하는 것만이 아니라 금융산업 전체의 구조조정과 더 나아가 금융빅뱅을 포괄하는 것이어야 한다.

당연히 이제까지 잘못된 경영을 한 사람들과 주주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조직 슬림화와 합리화, 그리고 인수.합병의 큰 그림이 동시에 제시되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또한 이제까지 서로 봐주는 식의 관치금융시대의 이권구조를 혁파한다는 의지와 실천계획이 없으면 안되는 일이다.

정리과정에서 협조하려는 사람보다는 반대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섣불리 손댈 수도 없다.시간을 지연시켜 결국 국민에게 부담을 떠넘기기 전에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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