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스타트는 아동 밀착형 맞춤 서비스 저소득층 아동 복지 새 패러다임 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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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스타트 운동본부는 지난 19일 전문가 5명을 모시고 위 스타트 운동 창립 5주년 좌담 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정익중(이화여대)·양수(가톨릭대)·김명순(연세대)·허남순(한림대)·이봉주(서울대) 교수와 김일 위 스타트 운동본부 사무총장. [위 스타트 운동본부 제공]

위 스타트(We Start) 운동본부는 창립 5주년을 맞아 위 스타트 운동 모델을 개발하고 실행해온 교수 5명을 지난 19일 초청해 5년간의 운동을 되돌아보는 좌담회를 열었다.

사회 : 위 스타트 운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 주시죠.

허남순 : 2004년에 아동복지학회 회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중앙일보에서 ‘가난에 갇힌 아이들’이란 탐사기사를 연재했는 데, 각계각층에서 충격을 받고 “빈곤아동을 위한 적극적인 운동이 있어야겠다”는 의견을 내더군요. 그래서 중앙일보와 어린이 재단이 중심이 돼 아동복지학계, 현장, 시민단체가 하나로 모였습니다. 그 후 해외사례도 연구하고 새로운 대안도 모색한 뒤 2004년 5월 3일 위 스타트 운동본부를 출범시켰지요.

 이봉주 : 새로운 아동복지 서비스 모델을 개발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초창기부터 다학제적 구성, 통합적인 서비스를 구상했기에 연구진부터 교육과 보건, 복지팀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양수 : 당시 보건소는 신체보건 위주였고, 정신보건 쪽에서는 아동·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이 막 시작되는 시점이었어요. 보건과 복지가 따로 사업을 하고 있어서 통합적으로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즐거이 참여했습니다.

사회 : 모델 개발의 초기 과정은 어떠했는지요.  

이봉주 : 모델은 영국의 슈어 스타트(Sure Start), 미국의 헤드 스타트(Head Start) 등을 참고해 한국형으로 개발했습니다. 저소득층 아동 밀집지역에 센터를 짓고 사회복지사, 간호사, 보육교사를 배치해 아동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하자는 게 모델의 골자였습니다. 초창기에 고맙게도 경기도가 선도적으로 시범마을 3곳을 만들겠다고 나서서,모델을 구체화할 수 있는 계기가 빨리 만들어졌습니다.  

허남순 : 이어 강원도와 전남도에서 위 스타트 마을을 만들기로 결정하면서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농·산·어촌을 모두 포괄하는 모델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산을 투자해준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와 민간 후원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봉주 : 어떤 모델이 좋을지 인큐베이팅하겠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지역마다 모형을 조금씩 다르게 운영하였습니다. 또한 같은 경기도 마을에서도 안산은 ‘공단배후형’, 성남은 ‘부유층 지역 내의 독립형’, 군포는 ‘구 시가지형’ 등의 방식으로 다르게 설정했습니다. 

정익중 : 운영체계에 있어서도 경기도는 ‘민관협력’, 강원·전남도는 ‘마을 운영위원회 주관’, 서울은 ‘복지관 위탁’ 등 다른 형태로 해 지역사회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사회 : 위 스타트가 기존 아동서비스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이봉주 : 단기적인 현물·현금 지원 위주의 서비스가 아니라 통합적·예방적·아동 밀착형 맞춤형 서비스란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양수 : 기존 서비스는 각자의 영역에 국한되어 공급자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서비스 중복 또는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위 스타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로서도 중요성이 있었죠. 

허남순 : 그 당시는 여러 서비스들을 어떻게 네트워크화할 것인가가 이슈화되던 시점이었어요. 그런 점에서 위 스타트 모델이 시의적절했다고 볼 수 있지요.

정익중 : 위 스타트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복지, 교육, 건강 영역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통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서비스 네트워크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자 했던 시도입니다.  

김명순 : 외국의 스타트 프로그램들이 보통 가정이나 센터를 중심으로 운영된 반면 위 스타트는 지역사회(커뮤니티)에 기반을 두고 운영되었죠. 지역사회 중심의 접근이 아직 공동체 의식이 살아 있는 우리의 실천 현장과도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정익중 : 고품질 서비스라는 점도 강조되어야 합니다. 일반 아동들도 이용하고 싶어하는 서비스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아동들을 더 잘 키우고, 낙인감(烙印感)도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하지요.  

김명순 : 당초 우려했던 것은 해당 아동에게 낙인이 찍히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1년쯤 지나니 오히려 “그 마을로 이사가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지요.

사회 : 해당 아동들의 표정이 확 밝아졌고 미래를 설계하게 됐다는 점에서 성과는 입증되었습니다. 이제 그동안 느꼈던 보람을 얘기해주시지요.

김명순 : 부모 교육을 하면 정말 많은 어머니들이 손을 들고 자녀에 대해 열성적으로 질문합니다. 외국의 저소득 부모들은 희망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부모들은 아이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있어요. 저는 이것이 굉장히 큰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봉주 : 초창기에 실무자들이 “직접 해 보니 아동복지 서비스가 이렇게 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더군요. 또 경기도 마을에 가니 “이사 가기 싫어하는 집들이 생겨난다”는 이야기를 하던데, 이말을 들으며 저는 우리가 방향을 올바르게 잡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사회 : 위 스타트 운동의 의의와 비전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죠.  

정익중 : 위 스타트는 아동, 가족, 지역사회에 대한 통합적인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앞으로 가족, 지역사회를 더 고민해야 합니다. 거시체계의 변화를 보는 것을 장기적인 연구과제로 삼을 필요도 있습니다.

허남순 : 가족 참여를 활성화하는 게 중요한 과제입니다. 학교와의 협력도 강화해야 합니다. 강원도 마을들에서는 학교를 활용하는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김명순 : ‘휴먼 서비스’인 만큼 센터 실무자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지속적인 교육훈련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합니다. 실무자 경력 인정 등의 조치도 필요합니다. 

양수 : 실무자들의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위 스타트를 거친 아동들이 컸을 때 후배들의 멘토(상담자) 역할을 하는 끈을 만들어 놓는 것도 필요합니다.

정익중 : 아이들이 영원한 수혜자에만 그치지 않도록 위 스타트 마을에서는 아동 자원봉사단을 꾸려 이웃에 보탬이 되는 존재로 키우는 노력을 하고있습니다.  

이봉주 : 저는 처음부터 이 모델은 민간에서 시작한 뒤 궁극적으로는 국가가 책임지고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보건복지부의 드림 스타트 사업으로 국책 사업화가 조기에 이루어져 다행입니다. 앞으로 보다 더 전국적인 기반이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이런 토대를 갖게 된다면 위 스타트 센터는 전문 기관과의 협력 아래 지역사회에서 ‘1차 보호’를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사회 : 위 스타트는 저소득층 아동 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민-관 협력에서도 좋은 시도였습니다. 그간 노력해 온 자치단체, 센터 실무자, 자원봉사자, 후원자,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5주년을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정리=중앙일보 최준호 기자

박호준 위 스타트 운동본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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