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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통령 ASEM 외교]중·일·영국총리와 연쇄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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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2일 오후 (한국시간) 주룽지 (朱鎔基) 중국총리와의 회담을 시작으로 정상외교 무대에 공식 데뷔했다.金대통령은 이어 하시모토 류타로 (橋本龍太郎) 일본총리.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와 회담을 가지면서 정상외교의 실리.실질적 면모를 추구했다.

◇ 한.일 정상회담 = 金대통령은 한.일 파트너십을 새롭게 구축하려는 접근자세를 보였다.

회담은 구체적인 소득만 따지면 당장 피부에 와닿는 것은 없었다.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분명한 입장표시가 없었다.

일본이 약속한 대한 (對韓) 제2선 금융지원이 조기에 이행된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러나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측면이 있다는 것이 우리측의 평가다.金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에 있어 일본에 강력한 요구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일본을 평가하는 균형자세를 보이려 했다.

金대통령은 하시모토 총리에게 "일본은 독일에 배워야 한다" 고 말했다.

식민지시대의 잔혹 행위를 반성하라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일본이 지난 50년간 평화헌법을 준수하고 비핵화를 실천하는 등 민주주의를 해왔고, 후진국을 열심히 도운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 고 말했다.金대통령은 이런 말을 한 까닭이 있다.

서로 흉금을 털어놓아야만 신뢰가 형성되고, 현안 해결의 돌파구가 열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하시모토 총리는 "과거사를 정확히 이해하려는 일본 국민의 노력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그렇지만 金대통령의 이런 자세에 대해 일본측이 어느 정도 마음을 열고 호응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 한.중, 한.영 정상회담 = 두 회담에선 金대통령의 '세일즈 외교' 가 두드러졌다.

金대통령은 경제통인 朱총리에 대해 공세적으로 나왔다.金대통령은 중국의 대형사업에 우리 기업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는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는 우려도 전달했다.

이달중 중국인 관광객에 대해 제주도를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도록 할테니 한국을 중국의 관광자유화지역으로 지정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이 지역으로 지정된 필리핀과 말레이시아가 중국인 관광객 급증으로 관광특수를 즐기고 있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중국이 주저하는 한.중 어업협정 체결도 재촉했다.

블레어 총리에게는 금융선진국인 영국의 대한 투자확대를 요청했다.

외국인투자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장벽을 없애고 국내기업과 동등하게 대우할 것이라는 다짐을 했다.

영국의 한국에 대한 제2선 지원자금 (12억5천만달러) 약속의 조기이행도 촉구했다.

런던 =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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