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달라지는 올해 서울대 입시]명문사립대 "우수학생 독차지"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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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99학년도 입시에서 서울대의 첫 특차모집 도입은 입시 판도에 큰 변화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우수학생의 서울대 싹쓸이' 란 부정적인 측면과 '대입 전형방법 다양화와 특성화 확대' 란 긍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사립대들은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특기자 전형 확대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우선 서울대가 특차모집 도입을 결정하게 된 데는 특차합격자가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 없는 현행 입시제도 아래서 계속 정시모집만 고집하다가는 우수학생 유치에 어려움이 많다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했다.그러나 연세대.고려대 등 상위권 대학들은 서울대 특차모집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연세대 민경찬 (閔庚燦) 입학관리처장은 "서울대의 특차모집은 수능 고득점자를 싹쓸이하려는 패권주의적 발상" 이라고 비판했다.

고려대 김승옥 (金承玉) 교무처장도 "우수학생이 한 학교에서만 교육받는 것은 국가 전체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 고 말했다.

한의예과 등에서 특차모집으로 고득점자를 유치해온 경희대 서청석 (徐靑錫) 교무처장은 "서울대 특차모집은 국립대와 사립대의 보완관계를 해치고 전국 수험생을 수능성적으로 줄 세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교육부는 서울대의 특차모집 결정은 학교 자율이란 입장. 교육부 관계자는 "이를 계기로 대학들의 우수학생 유치 경쟁에 불이 붙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은 대책마련에 부산하다.

고려대 김창배 (金昌培) 입학관리처장은 "특기자 전형 등 다양한 전형제도를 개발해 신입생을 유치하고 고교장추천제 도입도 검토중" 이라고 밝혔다.

연세대.성균관대 등 일부 대학이 2000학년도 입시부터 우수한 고교 2년생에게 미리 입학을 보장해주는 '조기선발제' 를 시행하는 것을 계획중이나 이 제도가 99학년도 대입부터 앞당겨 시행되고 시행대학도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커졌다.

종로학원 김용근 (金湧根) 평가실장은 "특차 지원 수능성적 기준을 높이려던 사립대들이 기준을 못높이는 대신 수능 백분위 성적으로 한정했던 특차지원 기준을 과목별 가중치 부여 성적 등으로 훨씬 다양화할 것" 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경희대는 한의예과에 우수 수험생이 몰리자 올해는 지원자격을 지난해 수능성적 상위 0.8%에서 0.5%로 높일 계획이었으나 서울대 특차모집으로 재조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각 대학은 우수학생 유치 차원에서 특차 모집 비율을 교육부가 정한 50%까지 높일 가능성이 커 전체 모집인원중 특차모집 비율이 지난해 (24%) 보다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특차모집으로 특수목적고.비평준화 고교 수험생이 혜택을 보게 됐고 이들 학교의 주가도 다시 높아질 전망. 경기도 부천고 권혁수 (權赫洙) 진학지도교사는 "그동안 수능성적만 따지면 서울대에 지원할 수 있는 학생중 절반이 내신성적 때문에 연세대 등에 지원했다" 며 서울대 특차모집을 환영했다.

대성학원 이영덕 (李永德) 평가실장은 "수능성적은 높지만 논술에서 약해 연세대.고려대 등의 특차모집에 지원했던 여학생들이 많았던 점에 비춰 볼 때 여학생의 서울대 특차 지원이 크게 늘 것" 이라고 예상했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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