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투신상품 주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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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경기 침체의 여파로 마땅한 수익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신규 고객 창출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만기상품을 재유치하는 것만으로는 수익 확보가 어렵게 되자 예대금리 차이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고객 발굴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만큼 유치 수단도 전통적인 예금.적금 상품에서 벗어나 실적 배당을 기반으로 한 투신상품에 집중되고 있다. 이 때문에 단순히 예금.적금을 받는 은행원의 역할도 고객에게 투신상품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국민은행은 창구 직원의 상담능력과 판매 강화를 위해 연초부터 담당 임원과 책임자가 전국 16개 지역본부와 영업점을 돌며 현장교육을 실시했다. 이 은행 심재오 투신상품팀장은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예금.적금 고객이 좀처럼 늘지 않는다"며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는 투신 상품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적립식 펀드와 주가지수연계상품(ELF) 등 투신 상품의 판매대행사로 적극 나서면서 투신 상품 판매액도 불어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6조원이던 판매액이 이달 12조원을 넘어섰다. 전체 수신 135조원 가운데 투신 상품의 비중도 9%에 육박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올 들어 투신상품 판매액이 1조원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은행들은 원금이 깨질 수도 있는 투신 상품의 판매는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적립식 펀드도 최소 3년 이상 투자하면 수익을 낼 가능성이 크지만 증시 침체가 이어지면 원금 보장을 장담할 수는 없다. ELF는 원금보장형 상품이 대부분이지만 투자 성과가 나쁘면 이자 없이 원금만 돌려받게 돼 정기예금보다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하나은행은 판매 채널을 아예 구분해 투신 상품 판매는 재무설계사(FP) 자격증을 가진 직원에게만 맡기고 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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