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모델·약초캐기· 새우잡이까지 '육탄돈벌이'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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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전북익산시 원광대미대는 최근 도내 생활정보지에 남녀 누드모델 한명씩을 구한다는 광고를 냈다.

연봉 9백만원에 주 3~4일 정도로 그리 좋은 대우는 아니었다.

하지만 모집광고가 나간지 이틀만에 지원자가 10명을 넘었다.

놀란 학교측은 마감일이 1주일이나 남았는데도 서둘러 2명을 뽑았다.

선발 이후에도 하루평균 10여통의 문의전화가 쇄도, 학교 관계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원자는 올 대학 졸업자부터 30대 후반의 남성,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해 실업대란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미대 출신 주부 姜모 (32) 씨는 "남편이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 누드모델 선발에 응시했다" 고 말했다. 실업난이 가중되면서 직종.보수를 가리지 않고 '돈만 벌 수 있으면 뭐든 한다' 는 인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왕년에 내가 어땠는데…' 하는 체면위주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생활전선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요즘 전국 산야 (山野)에 부쩍 늘고 있는 '자연물 채취족' 들이 그 대표적인 사례. 유명 의류회사를 다니다 실직한 金모 (46.전북전주시덕진구호성동) 씨는 지난달부터 등산을 겸해 배낭을 메고 야산을 돌며 난과 약초를 캐 한달에 1백여만원의 수입을 올린다.

퇴직금 3천여만원을 손에 쥐었으나 빚을 갚는 등 이리저리 쓰다 보니 푼돈만 남는 바람에 사업을 엄두도 낼 수 없어 자녀 학비와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실직자 남편을 둔 주부 梁모 (48.전북전주시완산구평화동) 씨는 완주 고산천 등 하천에서 우렁.민물새우를 잡아 한달에 40만~50만원을 벌어 생활비로 쓴다.

팔지 못한 것은 반찬으로 만들어 가계비도 줄이고 있다.

대학가에도 '시키면 아무 일이나 한다' 는 이른바 '막가파' 식 아르바이트를 원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인하대 취업정보센터의 경우 올들어 부업을 신청한 5백여명중 시간과 직종에 관계없이 무슨 일이든 상관없이 하겠다고 밝힌 학생이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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