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소설을 읽다' 전 대담] 3. 이두식-김주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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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영(左)씨는 "이두식씨의 그림 중 세 작품을 점찍어 놨다"고 말했다. [신동연 기자]

12일 오후 서울 강남 교보문고 이벤트홀. 그림을 통해 소설을 들여다 보고, 소설이 남긴 그림 속 흔적을 느껴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기획전 '그림, 소설을 읽다'의 마지막 순서인 '이두식-김주영전'이 문을 열었다.

화려한 색채와 활달한 붓놀림, 와트만지 특유의 거친 표면 질감이 특징적인 이두식씨의 작품들을 배경으로 주인공 김주영(65)씨와 이두식(57)씨가 나란히 섰다. 팔척 장신 두 사람만으로 전시장이 꽉 차는 듯하다.

김씨를 "씁쓰레한 맛과 단맛이 적당히 조화를 이룬 가운데 향취도 남는, 두릅나무 같은 분"이라고 표현한 이씨는 "김씨의 작품 가운데 특별히 에로티시즘이 드러난 대목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19세기 보부상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 '객주'를 표현한 그림들로 눈을 돌리자 과연 화면은 돌출한 여체의 부분들과 그것을 엿보는 남성의 시선으로 그득하다.

이씨는 "20세기 들어 종교화 등 기록으로서의 수요 대신 화가의 개성이 중시되면서 본능과 시각적 감성을 자극하는 주제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그 중 하나가 에로티시즘"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씨는 "장편소설 '야정' '아라리 난장' 등 여러 작품에 상당히 진한 성적인 대목을 집어 넣었다"며 "본능적인 문제를 도외시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받았다. 이어 김씨가 "이씨의 그림이 거의 내 기대와 일치한다"고 덕담을 건네자 "과찬이시다"라는 이씨의 대답이 돌아왔다.

김씨는 "과거 글과 그림은 종속적인 관계였다. 이번 전시는 글과 그림이 같은 선상에서 만났다는 의미가 있다"고 기획전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씨는 "조선시대 시.서.화는 한몸이었다"고 말했다.

한동안 에로티시즘을 얘기했지만 두 사람의 작품 영역을 그것으로 가둘 수는 없는 일이다. 전시장에 걸린 나머지 그림들은 '여름 사냥''여자를 찾습니다' 등 김씨의 초기작들부터 '홍어' '멸치' 등 성장소설류까지 촘촘하게 그려냈다. 전시에 맞춰 출간된 '홍어, 가족의 얼굴'(랜덤하우스중앙)에는 이씨의 그림 20여점과 소설에서 발췌한 대목, 짧은 해설 등이 담겨 있어 김주영 문학과 이두식 그림의 안내서로 손색이 없다. <끝>

신준봉 기자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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