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시범경기 분석]스트라이크·병살 늘고 투구수·피홈런 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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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올시즌 박찬호의 시범경기 테마는 '변신' 이었다. 이러한 변신은 갖가지 수치의 변화에서 나타난다. 우선 스트라이크가 늘었다. 자신의 구질에 자신감이 생기다보니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로 공략하는 경우가 많았고 타자들도 한층 향상된 박의 제구력을 의식, 초구부터 달려들 수밖에 없었다. 21일 볼티모어전에선 상대한 18타자 가운데 10타자에게, 10일 뉴욕 메츠전에선 19타자 가운데 14명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병살타도 늘었다. 타자 몸쪽 깊숙이, 그리고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가 위력을 발휘한 결과. 지난해 1백92이닝에서 9개의 병살타를 유도하는 데 그쳤던 박은 올시즌 시범경기 26이닝 동안 무려 6개의 병살타를 잡아냈다.

이는 땅볼타구가 많아진 덕분. 지난해 박은 땅볼과 플라이아웃의 비율이 거의 1대1이었으나 올해 시범경기에선 29대 23으로 땅볼타구가 많았다 (안타는 제외) . 이에 비해 투구수는 줄었다.

초구 스트라이크가 많다보니 속전속결. 한이닝 평균 10개 남짓 던지는 경제적인 투구로 완투를 한다 해도 1백개 내외. 피홈런율도 뚝 떨어졌다.

올시즌 시범경기에선 홈런도 단 1개뿐. 지난해 1백92이닝 동안 24개를 허용, 8이닝에 1개꼴이던 홈런이 올해는 26이닝 동안 1개로 줄었다.

대신 통쾌한 탈삼진도 줄었다.

지난해 이닝당 평균 0.86개에서 0.58개. 그러나 힘으로 윽박지르기보다는 범타를 유도하는 피칭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탈삼진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 일. 이런 수치를 종합한 결과를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결국 '박찬호가 늘었다' 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LA지사 =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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