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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재주 뺨치는 2세 연기자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배우2대 (代) 연기자들이 연극무대의 실세로 떠오르고 있다.

진작 한자리를 굳힌 오지혜.전현아.추상미 '배우2대 트리오' 에 또 한명의 예비스타가 가세해 이런 가능성을 더욱 짙게 한다.

화제의 주인공은 손지원이다.

올해 21살의 손지원은 중견 연출가 손진책과 배우 김성녀 부부의 외동딸. 뮤지컬 '그리스' (28일~4월19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 출연을 앞두고 있는 손지원은 부모 몰래 오디션에 응시, 2백대1의 관문을 뚫고 주인공 샌디 역에 전격 발탁됐다.

제작자 (설도윤) 도 "나중에야 알았다" 고 할만큼 부모의 후광이 개입되지 않은 그만의 선택이었다.

지난 20일 연습실에서 만난 손지원은 몇번 무대에 선 경험이 있는 양 자신만만함이 엄마를 뺨칠 정도였다.

발랄한 춤솜씨에다 연기도 좋은 재주꾼이었다.

김성녀와 같은 연극계의 기존 스타들이 40.50대의 중년 기성배우로 '밀리면서' 그 끼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2세들이 연극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앞으로 스타기근을 해갈해 주었으면 - ' .연극계가 이들에게 은근히 표하는 기대감이다.

현재 연극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2대 여성 연기자로는 갓 데뷔한 손지원 말고 앞서 든 오지혜.전현아.추상미 세사람이 가장 주목된다.

오지혜 (30) 는 부부배우 오현경과 윤소정의 맏딸. 오지혜보다 세살밑의 전현아 (27) 는 전무송의 딸이며, 추상미 (26) 는 85년 타계한 모노드라마의 전설 추송웅의 외동딸이다.

세사람 모두 데뷔한지 5년 안팎의 신예들이다.

가장 선배인 오지혜는 91년 중앙대 연극영화과 졸업과 함께 연극 데뷔했다.

그것도 어머니와 동반출연한 화제작이었다.

극단 자유의 '따라지의 향연' 이다.

영화 '초록물고기' 에 출연하는 등 연극.영화로 입지를 넓히고 있는 오지혜는 욕심많기로는 벌써부터 '악명' 이 높다.

"오지혜의 연기에는 모범생다운 신선함이 있다.

순발력과 유연함이 특징인 엄마보다 꼬장꼬장한 아버지의 연기에 가깝다" .연극평론가 구히서의 평이다.

정통극을 좋아하는 오지혜에 비해 전현아는 뮤지컬을 선호하는 편. 93년 데뷔작도 서울예술단의 '님을 찾는 하늘소리' 였다.

노래와 춤.연기 3박자를 갖춰 쓰임새가 많은 배우다.

"음치인 나보다 훨씬 낫지요" .전무송이 딸 자랑할 때는 늘 이런 식으로 염치가 없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졸업. 4월4일 개막될 연극 '땅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 에 식당주인 (진숙) 으로 출연, 거친 역할로 변신을 앞두고 있어 봄무대가 기대된다.

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한 오지혜.전현아와 달리 추상미는 불문학도 출신. 홍익대 4학년때 '로리타' 로 데뷔, '아버지의 대를 이을 재목' 이라는 분에 넘치는 찬사를 받았다.

특히 추상미는 조명속에서 피어나는 얼굴의 윤곽선이 너무나 예뻐 '무대위의 보석' 이란 애칭을 갖고 있다.

영화 '접속' 에도 출연하는 등 연극.영화.TV를 가리지 않은 전천후 연기자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겐 남다른 고민도 있다.

타고난 혈통때문에 아직도 자신의 이름보다도 '김성녀의 딸' '윤소정의 딸' 등으로 불리기 십상인 것. 그러나 이런 편견때문에 오히려 이들의 연기관은 보다 당돌하며 저돌적인지도 모르겠다.

"저는 엄마 연기의 잘못된 점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는 편이지요. 엄마의 그늘을 벗어나기 위한 내 나름의 방식입니다" .오지혜의 말이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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