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여중 바벨신화…봄철 역도대회서 4명이 3관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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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 마라톤에 '정봉수 사단' 이 있다면 여자 역도에는 순창여중의 '정인영 사단' 이 있다.

전북 순창여중 역도부 정인영 (46) 코치는 80년대초 전북 진안 마령중 체육교사 시절 전병관을 발굴해 세계적인 스타로 키워낸 장본인. 96년 순창여중에 부임하면서 역도부를 창단했다.

당시 "여자애들이 힘쓰는 운동을 해서 무엇하느냐" 며 반발하는 학부모들을 한달여 달래야 하는 어려움도 겪었다.

정코치는 하체가 발달하고 가슴둘레가 넓은 학생들을 뽑은 뒤 턱걸이.윗몸일으키기.왕복달리기 등 체력측정을 거쳐 여섯명의 정예사단을 구성했다.

정코치의 집중조련을 받은 이들은 25일 서울 올림픽체육관에서 벌어진 98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선발전을 겸한 봄철 역도대회에서 4명이 3관왕 (인상.용상.합계)에 오르며 순창여중 신화를 만들었다.

이들 가운데 '여자 전병관' 을 꿈꾸는 대표주자는 53㎏급의 이현정과 48㎏급의 서여순. 1m52㎝의 신장에 짧은 스포츠머리 때문에 '선머슴' 이라 불리는 이현정은 지난해 중학부에서 인상 57.5㎏, 용상 80㎏으로 학생신기록을 수립하며 최연소 여자역도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이번 대회 사흘전 허리부상을 당해 출전여부가 불투명했으나 강한 정신력을 발휘해 인상 57.5㎏.용상 75㎏.합계 1백32.5㎏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m49㎝의 서여순은 더욱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며 이번 대회 최고스타로 떠올랐다.

인상 1차시기에서 52.5㎏으로 종전 기록과 타이를 만든 뒤 2차시기에서 55㎏을 번쩍 들어올려 기록을 갈아치웠다.

서의 신기록 행진의 압권은 용상. 1차시기에서 75㎏ (종전 70㎏) 으로 기록을 깬 뒤 80㎏도 거뜬히 들어올렸다.

이 체급 세계기록 (인상 82.5㎏.용상 1백7. 5㎏.합계 1백90㎏) 과 불과 15세인 나이를 감안하면 머잖아 세계정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역도 관계자의 평가다.

58㎏급의 기귀순, 69㎏급의 손지영도 월등한 기량으로 우승을 차지해 신화 만들기에 동참했다.

'정인영사단' 은 순창 고추장의 매운 맛을 보여줄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기다리고 있다.

김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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