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PC 값파괴 경쟁 뜨겁다…한국제품보다 싸 경쟁력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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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앞으로 국제 시장에서 개인용 컴퓨터 (PC)가격이 급속히 떨어질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국의 PC 업체들간 가격 파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저가 PC' 하면 1천달러 미만 (모니터 제외) 인 PC를 의미했지만 올해 미국에서는 벌써 7백달러대 PC가 출현했다.

흔히 이런 저가 PC들은 사양이나 부속품 등이 형편 없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휴렛 팩커드사가 올해초 내놓은 7백99달러 짜리 멀티미디어 PC를 살펴보자. 인텔의 펜티엄 2백㎒ MMX 칩에 32메가바이트의 램, 2기가바이트의 하드디스크와 16배속 CDROM 드라이브, 56Kbps급의 모뎀을 장착한 PC 가격이 7백99달러다.

이에 대항해 세계 1위의 PC제조업체인 컴팩사는 최근 AMD사의 2백㎒ MMX칩을 장착한 7백99달러짜리 모델을 출시했다.

14인치 모니터의 가격이 2백달러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1천달러 정도만 있으면 가정에서 쓰기에 아무 불편이 없는 PC를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치열한 가격 경쟁때문에 미 PC업체들은 최근 수익성 저하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저가 PC의 인기가 워낙 좋아 저가 기종의 개발을 등한시하다가는 가정용 PC시장에서 자칫 도태될 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업체들은 저가 기종을 속속 내놓고 있다.

미 데이터퀘스트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 PC시장에서 1천달러 미만의 PC가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이르렀고, 올해는 33%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이면 올 크리스마스 무렵에 6백달러대 PC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의 최신 저가 기종들은 국내업체들의 PC와 비교할 경우, IMF한파 이후 크게 오른 원화 환율을 감안해도 싼 편이다.

달러당 원화 환율이 1천4백원이라고 할때 8백달러짜리 저가 PC의 국내가격은 1백12만원, 환율이 1천2백원으로 내려간다면 96만원 수준이다.

현재 이와 비슷한 성능을 가진 국내 유명업체의 PC 가격은 1백30만~1백50만원 (모니터 제외)가량이다.

올 연말에 미국에서 6백달러대의 저가 PC가 등장하고 환율이 1천2백원 수준으로 내려간다면 우리 PC업체들의 국제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상황이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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