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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의 아이디어로 차려낸 한식 (rev.01)

중앙일보

입력

<1> 한식 코스요리

“미각(味覺)은 미각(美覺)과 통하죠.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에요.” 국내 최초의 ‘음식감독’ 김수진씨는 ‘한식의 세계화’를 꿈꾼다. 그러기 위해서는 맛은 기본, 창의적 디자인이 음식에 녹아 들어야 한다는 게 그녀의 지론이다. 중앙일보 프리미엄은 김수진의 ‘아이디어로 차려낸 한식’을 7회에 걸쳐 연재한다.

“음식 한류는 식단 멋내기에서 비롯”

디자인이 경쟁력 ‘멋=맛’

몇 년 전 사스가 아시아를 공포의 도 가니로 몰아넣었을 때를 기억하는지. 그 때 우리나라가 사스의 소용돌이에서 비 껴나 있었던 것이 김치를 먹기 때문이라 는 발표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미국의 건강전문지 ‘헬스’가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한 것을 아는지…. 이렇듯 우리나라엔 김치를 비롯한 우 수한 음식들이 많다. 국토의 65%를 차지 하는 산과 삼면을 두른 바다, 기후변화 가 뚜렷한 사계절은 ‘질 좋은 다양한 식 재료’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지방마다 특유의 신선한 재료로 맛을 살린 음식들 이 넘쳐난다.특히 제철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은 요즘 트렌드인 웰빙식단에 올리 기에 손색이 없다. 그런데 참 안타깝다.이렇게 좋은 한식 이 세계화는커녕 우리나라에서조차 자 꾸만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까닭이 뭘 까.

딱히 음식감독이라는 직업적 관점이 아니더라도 나는 ‘비주얼 탓’이라고 잘 라 말한다. 한식은 ‘모양’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디자인이 경쟁력인 시 대, 음식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나는 한 식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음 식의 디자인과 스타일링 분야를 연구해 왔다. 재차 강조하지만 ‘멋=맛’ 이란 등식 은 그르지 않다. 실제로, 한껏 멋낸 한식요리로 해외에 서 체험행사를 실시한 결과 외국인의 반 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또한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진 ‘식객’에서 선보인 한 식들 역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수수할 것만 같은 백의민족의 음식에도 수려한 ‘미(美)’는 있다. 앞으로 독자들에게 디자인을 달리한 다양한 한식 레시피를 소개하려 한다. 대부분 손쉽게 따라할 수 있다. 맛깔난 상차림에 보탬이 되길 기대한다.
 
코스 상차림, 외국인도 ‘굿’

먼저 ‘한식으로 차리는 코스요리’로 출발한다. 흔히 서양요리는 한 접시씩 나 오는 코스요리, 반면 한식은 다양한 반 찬이 어우러진 밥상을 떠올린다. 퓨전이 대세인 요즘,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보자. 한식도 멋진 코스요리로 만들 수 있 다. 메인요리로 손색 없는 한식의 대표음 식 갈비찜을 중심으로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곁들여진 코스요리를 꾸며봤다.애피타이저에 속하는 첫 번째 요리는 게살 두부 샐러드. 수삼 드레싱을 이용 한 푸짐한 샐러드다. 하지만 코스요리로 낼 때는 핑거푸드식으로 작은 몰드를 사 용해 세팅한다.메인요리인 갈비찜은 오목한 그릇보 다 양식의 메인 분위기가 나도록 평평 한 하얀 접시에 올린다. 갈비를 평평하 게 놓지 않고 좀더 먹음직스럽게 탑을 쌓고 허브 잎과 인삼 뿌리를 얹어 장식 한다. 디저트로는 대추 잣 아이스크림 을 준비했다. 심플하면서도 시각적으로 도 즐겁다. 집으로 손님을 초대할 경우, 특히 외 국인 손님에게 한국음식을 대접할 때 효 과적이다. 우리의 상차림 문화가 어색하 기만한 그들에게 한결 쉽게 한식을 어필 할 수 있다.
 
푸드스타일링= 강정선·윤버들이  
사진= 주민호(Cr.Picture studio)

*김수진은…국내 최초 음식감독(영화 ‘왕의 남자’·‘식객’·‘쌍화점’ 등 다수)이자 푸드스타일리스트를 양성하는 ‘푸드앤컬쳐코리아’ 원장이다. ‘한국의 맛 연구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저서로 『한국의 나물』 『한국의 맛』 『한국전통명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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