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구씨 대사기용의 의미…김대중대통령 고도의 정치 포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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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정치포석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이홍구 (李洪九) 한나라당 고문의 주미대사 기용과 이수성 (李壽成) 평통 수석부의장 임명이 그것이다.

金대통령은 김수한 (金守漢) 국회의장에게도 주일대사를 제의했으나 金의장이 고사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야권의 중진급 인사에 대한 각개격파다.

정계개편의 신호탄으로 봐도 될 것같다.

金대통령은 이처럼 자신의 품안에 들어온 인사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맡길 구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4일 李부의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해달라. 국민화합 차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李부의장은 "당장 정치일선에 나서지 않고 이런 일을 하게 해줘 감사하다" 고 말했다.

의미심장한 대화가 아닐 수 없다.

여권의 소식통은 "金대통령이 이수성씨에게 중요한 기회를 준 것" 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찬스를 잘 활용할 경우 발전가능성은 무한대" 라는 것이다. 李신임 주미대사도 마찬가지다.

그가 대사직을 원만히 수행하면 정치적 중용이 기다리고 있다는 게 여권의 설명이다.

더구나 이들은 두명 다 총리를 역임했고 구 (舊) 여권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경력이 있다.

물론 만만치 않은 야권내 인맥과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조만간 '정치적 역할' 을 부여받아 움직일 경우 한나라당이 받을 영향은 결코 간단치 않다.

金대통령은 이들을 정치적 색채를 띠지않은 자리에 기용, 여야의 충돌을 피하면서도 매우 중요한 선례를 만들어 놓는 고도의 정치수단을 구사한 셈이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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