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넘게 투자 … 빚 갚으려면 아직 멀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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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이 24일 SK텔레콤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직후 환하게 웃으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꽃미남’인 그는 막상 “잘생겼다”는 말에는 “그런 말을 듣기에 부족하다” 며 손사래를 쳤다. [영종도=연합뉴스]

 24일 끝난 KPGA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둔 박상현(26·앙드레김 골프).

눈이 부리부리한 1983년생 꽃미남이다. 골프를 위해 술·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 신세대 골퍼이기도 하다. 박상현은 25일 전화 인터뷰에서 “어제는 얼떨떨한 기분이었는데 이제야 우승한 실감이 난다”고 털어놓았다.

박상현은 2005년 프로에 데뷔했지만 이제까지 이렇다 할 성적이 없었던 무명이다. 프로골퍼가 된 지 1년 만인 2006년 군복무를 위해 자원 입대했다가 지난해 전역한 뒤 골프 클럽을 다시 잡았다.

“소집 영장이 나왔기에 미련 없이 입대를 결정했어요. 평생 골프를 할 건데 잠깐 운동을 접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전북 부안에 전투경찰로 배치받았는데 지나고 보니 그때가 무척 행복했어요.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골프를 잊고 사니깐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요.”

박상현은 군복무 중이던 2007년 11월 휴가를 내서 시드 선발전에 응시했다. 1년6개월 동안 골프장 근처에도 가지 않았지만 일주일간 집중 훈련을 하니까 신기하게도 공이 그렇게 잘 맞을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시드 선발전을 가볍게 통과한 뒤 지난해 투어에 복귀했다. 이후 최고 성적은 지난해 11월 KPGA선수권에서 기록한 공동 2위.

“급할 게 없다고 생각해요. 군대도 다녀왔고 한 단계씩 올라가는 일만 남았잖아요. 전역 후 2등을 해봤고, 이제 첫 승을 거뒀으니 앞으로 다승왕도 하고 싶고, 대상도 받고 싶어요. 최소한 앞으로 2~3년은 국내에서 경험을 쌓은 뒤 그때 가서 해외 진출을 생각해 볼래요. 원래 성격이 낙천적인 편인데 잘될 거라고 믿어요.”


좋아하는 선수는 최경주, 존경하는 선수는 최상호 프로다. 크지 않은 체구에도 PGA투어를 주름잡는 모습이 너무 멋져서 최경주 프로를 좋아하게 됐고, 젊은 선수들보다 나은 기량을 보이는 최상호 프로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는 270~280야드. 키 1m71㎝로 남자 골퍼치고는 키가 작은 축에 속하지만 샷거리가 만만찮다.

“거리가 더 나가면 좋겠지만 국내에선 지금 샷거리로도 충분하다고 봐요. 오히려 쇼트게임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외모가 준수한 꽃미남형이지만 박상현은 “그런 소리를 듣기엔 부족함이 많다”고 손사래를 쳤다. “필리핀이나 태국으로 전지 훈련을 가면 모든 사람들이 현지인으로 알아요. ‘필리핀 사람이 한국말 정말 잘한다’는 소리까지 들었어요. 이제는 그런 일을 많이 당해봐서 익숙하지요. 꽃미남이라니 부끄럽네요.”

박상현은 “SK텔레콤 우승으로 받은 상금 1억2000만원은 아버지에게 고스란히 드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아버지가 이제까지 저에게 투자한 돈이 10억원은 될걸요. 아버지한테 다 갖다 드려도 빚 갚으려면 아직 멀었어요.”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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