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경기침체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들이 미국내 자산을 본격적으로 매각하고 있다.
지난 20일 일본의 이토추 (伊藤忠) 종합상사는 95년부터 보유해 오던 미국 미디어 그룹 타임 워너사의 주식 5백50만주를 미 시티은행에 매각, 약 3억8천만달러 (5천7백억원) 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토추는 이 자금으로 부실채권을 해소하고 일부 사업 부문의 자금난을 해결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일 유통업체인 새존 그룹이 미국에 갖고 있는 인터콘티넨털 호텔을 25억달러에 매각하겠다고 밝히는 등 일 기업들의 미국내 자산 매각은 줄을 잇고 있다.
일 기업들의 해외자산 매각은 수 년전부터 간헐적으로 진행돼 왔지만 최근 경제난으로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일 대장성에 따르면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던 해외 주식중 지난 1월중 매각액은 3천6백억엔 (약 27억7천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 매각은 훨씬 규모가 커서 지난 6개월간 일 기업들이 매각한 미국 채권은 2조7천억엔 (약 2백7억달러) 이나 되며, 같은 기간 매각한 총 해외채권은 5조2천억엔 (약 4백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일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현재 보유중인 약 4천억달러의 해외 금융자산을 대대적으로 매각할 경우 세계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미국내 자산을 집중 매각하면 미국 증시의 침체와 함께 달러화의 약세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미국 기업들은 최근 일본내 부동산 등 각종 자산 가격이 바닥이란 판단으로 앞다퉈 일본 자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소재 투자회사인 시큐어드 캐피털은 올 연말까지 10억달러를 들여 일본 부동산에 투자할 계획이며, 뱅커스 트러스트.골드먼 삭스 등 대형 금융기관들도 일본내 부동산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윤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