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수로 화력발전 전환'꺼낸 배경]공사기간 단축·비용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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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스티븐 보스워스 주한 (駐韓) 미대사의 '경수로의 화력발전 대체 검토용의' 발언은 이 문제가 공론화 과정에 접어들었음을 짐작케 한다.

비록 '평양이 원한다면' 이라는 전제와 함께 간접화법을 쓰긴 했지만 관계당사국들의 입장을 헤아린 미국이 애드벌룬을 띄운 측면도 있다.

따라서 북한의 반응 여하에 따라 경수로 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수로의 화력발전 전환문제는 그동안 국내외 전문가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제임스 릴리 전 주한 미대사는 2주전 '뉴스위크' 에 "북한에 첨단 원자로가 아닌 실용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 고 지적했다.

또 국내 환경단체들도 경수로가 아닌 화력발전소를 지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전문가들이 경수로를 화력발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화력발전이 경수로에 비해 정치.경제적 손익계산서가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이다.

경수로→화력발전 전환의 최대 장점은 화력발전이 당장 급한 북한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평양당국은 경수로가 북한판 '트로이의 목마' 가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해 왔다.

그러나 화력발전으로 전환할 경우 평양은 그같은 우려에서 해방될 수 있다.

경제적 실익은 더욱 뚜렷하다.

본 공사에만 1백10개월이 소요되는 경수로 공사는 당초 목표인 2003년에는 절대로 완공시킬 수 없다.

아무리 빨라도 오는 2007년에야 1기가 완공된다.

그러나 석유 또는 액화천연가스 (LNG) 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으로 대체할 경우 2~3년이면 발전이 가능하다.

또 경수로 비용의 10%만 북한의 농업구조 개선에 돌려도 북한의 최대 고민인 식량문제가 해결된다.

5억달러면 종자.비료.농약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극심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은 요즘 당 간부가 거주하는 평양의 고층 아파트에서도 호롱불을 켜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측도 화력발전이 이득이다.

현재 한국정부는 단돈 1달러가 아쉬운 판이다.

최소 40억달러를 부담해야 하는 경수로 분담금의 절반 이하로 북한에 화력발전소와 농업지원을 해줄 수 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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