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계 일본인 나카다 도이치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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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런던에 살고 있는 나카다 도이치 (38.中田統一) 의 얼굴은 무척이나 천진난만하고 평화로웠다.

한국계 일본인으로서의 정체성, 동성연애자로서 성적 정체감, 유럽에서 활동하는 아시아인으로서의 문화적 갈등 등에 대해 그는 무엇 하나 부자연스럽지 않다고 했다.

우선 그는 국적이나 핏줄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지만 크게 중요하지도 않다는 입장이었다.

일본에서는 한국계로 분류되고 한국에 가면 일본인으로 분류되는 반쪽 한국인 (또는 일본인) 이라는 현실을 두고 그는 오히려 두 문화를 다 접하는 기회로 여긴다고 했다.

"이럴 때 반쪽을 두배로 되돌리는 방법을 익히고 있다고 할까요. " 외국인 학생이 드문 영국의 국립영화.텔레비전학교에 입학한 이후 런던에서 8년째 살고 있는 그는 문화권 간의 부딪힘을 많이 겪으면서 오히려 스스로 단련된 인상이다.

일본에 살지만 사고방식은 서구화된 자신을 느끼게 되고 동성연애자로서의 자기 (自己) 정체성을 구체화하면서 자신에 대해 새롭게 깨닫게 됐다고 했다.

고향 오사카, 아버지의 고향 전남, 영화를 공부한 런던, 심지어 가족과 함께 있으면서도 어디에도 완벽한 소속감을 느낄 수 없는 마이너리티로 스스로를 인식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나 자신을 그냥 두루뭉수리로 아시아인이라고 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소속한 카테고리가 어떤 것인지 간에 거기서 멀어져야 진정한 내가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나의 국적 자체,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나의 선택이 아니지 않습니까. "

그러면서 그는 '나는 한국인' '나는 일본인' 하면서 자신의 소속을 자신의 모든 것인양 내세우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아이러니를 느꼈다고 했다.

그런 자각은 한국과 일본, 동양과 서양의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처지와 맞물려 그로 하여금 더욱 격렬하게 '나' 를 찾고 싶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학교 졸업작품으로 자신의 가족사를 소재로 한 '오사카 스토리' 를 만들게 된 것도 그런 고민을 풀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나의 자리를 찾고 싶습니다. 그 어떤 문화권, 그 어떤 범주에도 끼지 않는 순수한 나 자신이 무엇인가를 찾아보는 것은 아직도 계속되는 나의 인생 화두이자 작품 소재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그는 자기 자신을 다룬 '나' 라는 가제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을 계획이다.

"문화권들이 자연스레 만날 기회가 많은 현대사회에서는 개방적이고 다양한 문화는 필수적입니다. 그런 다양성 속에서 나의 소속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 중심이 되는 문화가 나온다고 봅니다.

그래서 요즘 내게 주어진 모든 고통을 다 지니고 살렵니다. 그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최근 들어 깨달았거든요. "

그의 마지막 한마디가 자꾸 가슴을 때린다.

런던 = 채인택 기자·사진 =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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