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태정 검찰총장 "검찰은 '김대중 비방회견 지시' 만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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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태정검찰총장은 20일 권영해 전안기부장이 검찰에 출두할 무렵 기자들과 만나 "權전부장이 90이 넘은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는데…" 라며 처음엔 동정론을 펴다 權씨가 극비리에 조사실에 도착했다는 보고를 받고는 결국 "윤홍준씨에게 20만달러를 주도록 지시한 만큼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 고 말했다.

- 權전부장의 혐의는.

"윤홍준씨가 김대중후보를 비방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인 지난해 12월23일 실무진에 지시해 尹씨에게 20만달러를 수고비로 주었다.

따라서 權전부장이 이같은 혐의사실을 시인하든, 부인하든 공직선거법.명예훼손.안기부법 위반죄 등이 적용될 것이다.

기자회견 전에 5만달러를 주기로 했는데 실무진이 1만9천달러만 주었으므로 나머지 돈의 행방도 조사중이다."

- 윤홍준씨의 기자회견과 관련, 추가로 처벌받을 안기부 간부나 정치인들도 있나.

"權전부장을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선 정치인 관련은 파악되지 않았다.

이병기 전2차장의 경우 현재까지 드러난 혐의는 없지만 관련 여부는 계속 수사중이다.

박일룡 전1차장도 현재로선 소환계획은 없지만 관련혐의가 드러나면 조사할 것이다. 그러나 윤홍준씨 기자회견건은 2차장 산하 업무였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 윤홍준씨 기자회견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북풍 의혹 사건은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

"나머지 부분은 안기부가 공정하고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할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위해 검찰과 안기부는 충분한 협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안기부가 조사하는 것은 검찰이 북풍 의혹 가운데 기자회견건을 제외하고는 구체적 내용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 權전부장에게 소환통보를 했었나.

"안기부장이라는 위치와 본인의 명예를 생각해 자진출두를 권유했다.

본인이 '책임지겠다' '아랫사람에게 선처를 바란다' 고 했기 때문에 떳떳하게 출두할 것으로 믿었다."

- 權전부장에 대한 수사범위는.

"검찰로서는 윤홍준씨 기자회견 관련 여부만 조사해왔다.

때문에 이번 조사는 그 부분에 국한될 것이다."

- 안기부 자료는 건네받았나.

"구두로만 설명을 들었고 서류가 넘어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안기부와 충분한 공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철근·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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