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예금·부동산 … 재테크 전문성 살려 회원 3000만 명 가진 네이버와 승부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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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금융포털 사이트인 팍스넷은 정보기술(IT) 거품이 끼기 시작한 1999년 5월 문을 열었다. 그러나 정식으로 문을 열기 전부터 이 회사 사이트는 한다 하는 주식투자자 사이에서는 유명했다. 인천의 한 허름한 지하실에서 중고 서버 몇 대로 출발한 사이트였지만 국내 최초로 알고리즘을 이용해 주식과 선물을 기계적으로 매매하는 시스템트레이딩을 선보였고, 내로라는 재야의 증권 고수들의 투자 전략을 담았기 때문이다. 회사가 정식 설립된 시점에는 이미 전업 주부들까지 팍스넷 사이트를 즐겨 찾을 정도로 기반이 탄탄했다. 이듬해인 2000년 초 세계 최고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액면가의 20배로 이 회사 지분을 사들일 정도로 잘 나갔다. 그러나 이내 거품은 꺼졌고 팍스넷도 위기에 몰렸다. 2002년 12월 SK텔레콤은 어려운 지경에 처했던 이 회사를 인수했다.

그 후 7년이 지나 팍스넷은 이 달로 창사 10주년을 맞았다. 2002년 인수 당시에 비해 매출은 3배 넘게 늘었고, 순이익은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순자산규모도 80억원에서 250억원으로 불었다. 팍스넷 김홍준(52·사진) 사장을 21일 서울 남대문로 본사에서 만났다. SK텔레콤이 인수하던 때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그는 "사람으로 치면 첫돌을 무사히 넘긴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간 팍스넷은 얼마나 성장했나.

"60만명이던 회원이 540만명으로 늘었다. 2004년 2억 건이던 월간 페이지뷰도 지금은 6억 건이 넘는다. 다루는 영역도 넓어졌다. 예전엔 증권 전문이었지만 지금은 펀드·보험·예금·부동산 등 모든 재테크를 망라한다."

-지난해 주가폭락 때 영향이 있었을 텐데.

"지난해는 일년 내내 접속 건수가 줄었다. 올 들어선 접속 건수가 계속 늘면서 다시 안정을 찾고 있다. 무엇보다 펀드가 아닌 직접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가 늘어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올해는 사상 최대규모 매출(4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

-대형 포털도 최근 금융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가 잘한다. 네이버 증권의 트래픽이 최근엔 우리와 비슷하거나 더 많을 때도 있다. 3000만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한 네이버와는 양적으로는 맞설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대신 우리는 전문성으로 승부하려 한다. 깊이 있는 콘텐트를 원하는 '헤비 유저'를 공략할 생각이다."

-팍스넷을 이끌면서 발견한 주식투자 비법이 있다면.

"자산가치에 비해 싼 주식을 골라 오래 보고 투자하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회원들이 너무 단기 고수익만 노리는 게 안타깝다. 회원들의 목표수익률을 조사했더니 연 100%가 넘는다. 워런 버핏의 목표 수익률(연 평균 25%)의 4배 이상을 노리는 것이다. 가치투자와 장기투자 문화를 정착하는 데 더 노력할 생각이다.”

-앞으로 경영 방침은.

"그 동안은 생존과 안정이 목표였다. 지금부터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인수합병(M&A) 기회도 모색하고 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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