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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땅 십승지를 가다]1.지리산 운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아직도 우리에겐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땅이 남아 있다.

이른바 '정감록' 에서 말하는 십승지 (十勝地) 이다.

'난리를 피할 수 있고 가난과 질병이 미치지 않는 땅' 으로 알려진 십승지는 '새로운 시대' 를 열망하는 민초들의 가슴에 '꿈에도 그리는 고향' 으로 전승돼 오고 있다.

IMF시대를 맞아 우리 선조들이 남겨놓은 미래의 땅, 십승지의 지리적 특성과 주변의 볼거리 등을 소개한다.

지리산 주변에는 구례나 남원, 경남의 함양.하동 등 크고 작은 도시들이 있다.

모두가 한폭의 그림같은 마을이고 살기 좋은 곳이다.

그러나 '정감록' 에 따르면 이 도시들보다 지리산으로 오르는 중간지대인 운봉 (雲峰) 을 십승지의 하나로 꼽고 있다. 운봉은 오늘날 전북 남원시 운봉읍과 그 주변을 가리킨다.

이곳은 "어진 정승과 훌륭한 장수가 연달아 나며 가히 오래 몸을 보전할 수 있는 곳" 이라고 했다.

운봉은 동으로 팔랑치, 서쪽에 여원치라는 큰 재를 두고 있다.

북에는 덕유산에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막고 있고 남에는 지리산이 자연경계를 이룬다.

경상도나 전라도에서 운봉으로 가려면 각각 팔랑치와 여원치를 넘어야 한다.

가령 외부의 침략을 방어하려면 이 두 재만 단단히 지키면 된다.

해발 평균 450m, 서울 남산의 두배 높이에 자리한 운봉은 그런 점에서 '하늘의 요새' 라고 하겠다.

고려말 남해안을 날뛰던 왜구들도 이곳을 범하지 못했고 근세의 동학농민전쟁은 물론 해방후 빨치산전투에서도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문병태 (51.운봉읍진흥계장) 씨는 자랑한다.

지리산 등반을 하는 경우 대개는 88고속도로 지리산IC에서 인월로 빠져나와 곧장 뱀사골로 들어가게 마련이다.

그 결과 운봉은 등반객에게도 낯선 곳이다.

인월에서 운봉으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황산과 덕두산 자락이 수문장처럼 버티고 있다.

이곳을 지나면 자신의 눈을 의심할 만큼 광대한 평야가 전개된다.

80년대 들어 목축업과 고랭지 작물이 일부 시작됐지만 여전히 이곳의 주산물은 쌀이다.

지리산 자락의 풍부한 물과 맑은 공기가 가을이면 들녘을 황금벌판으로 물들인다.

외부의 간섭이 없고 먹을 식량이 풍족하면 인심은 절로 좋게 마련. 여기에다 지리산으로 연결되는 주변의 산들이 하나같이 살기 (殺氣) 를 벗고 있어 인물 역시 보장한다.

발복의 시기는 북으로 흐르는 하천 (광천) 이 운을 받는 지금부터다.

그래서 십승지는 제때에 들어가야 복을 누린다고 했다.

운봉읍의 행정을 관할하는 남원시는 이곳을 지리산관광지구로 개발할 계획이다.

장차 운봉에는 경비행장과 스키장.골프장 그리고 아트빌리지가 들어서게 된다.

운봉 = 최영주 편집위원

〈볼거리·숙박시설〉

▶황산대첩비와 유적 : 고려말 이성계가 왜구를 섬멸한 싸움터와 기념비각.

▶동편제 창시자이자 명창인 송흥록생가 및 기념비 ▶바래봉철쭉제 : 매년 5월초순경 바래봉 일대 ▶옥계댐 : 옥계계곡을 막아 만든 산정호수 ▶흥부설화의 고향 : 인근 동면성산리와 아영면 흥부마을

▶목기 제작단지 : 최근 특산물로 등장.

※옥계타운 : 0671 - 34:1234/서광파크 : 34:7508/삼수정농장 : 3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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