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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 투병 국민보건에 큰몫…미국 의학협회지 연구발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유명인사를 국민보건교육에 활용하라' 미국의학협회지는 최근 정치인이나 TV스타등 유행을 창조하는 유명인사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국민들의 건강행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위스콘신의대 앤 내팅거박사팀이 유방암 수술을 받은 16만여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방보존술 대신 유방절제술을 받은 여성이 2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것. 이는 87년10월 낸시 레이건여사가 자신의 유방암 수술로 유방절제술을 선택한 데 힘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유방보존술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수술기법으로 말그대로 암덩어리만 제거하고 근육등 정상조직은 살리는 방법. 근육까지 절제하는 기존 유방절제술보다 미용효과는 뛰어나지만 생존율 향상등 치료효과가 확실한지에 대해선 아직 결론이 내려져 있지 않은 상태. 하지만 유방을 보존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지금까지 많은 여성들이 유방보존술을 선호해왔다.

그러나 낸시 레이건이 미용 대신 효과가 보다 확실한 유방절제술을 받았다는 언론보도가 나가자 유방절제술을 선택하는 환자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의사들의 백마디 말보다 유명인의 행동 하나가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미국의학협회지는 이같은 유명인사들의 영향력을 보건교육에 활용한다면 의외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명인사들이 자신의 질병을 공개하는 것은 미국등 선진국에서 흔한 일. 환자에게 용기를 주고 일반인들에겐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홍보하며 연구기금을 마련하는등 질병퇴치에 앞장서기 위함이다.

96년 경제전문지 포춘지의 커버스토리를 장식한 인텔사의 앤디 그로브회장도 대표적 인물. 그는 자신이 전립선암에 걸린 사실과 함께 수술 대신 방사선요법을 받게 되기까지의 수년간에 걸친 투병기를 상세히 게재, 비뇨기과 의사들로부터 전립선암 환자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모범답안을 제시했다는 찬사까지 받았다.

일반인들이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이란 어려운 의학용어 대신 루게릭병으로 잘 알게 된 것도 이 병에 걸려 사망한 뉴욕양키스의 강타자 루게릭 때문이다.

또 간암으로 사망한 프로야구선수 미키 맨틀을 기념하기 위해 장기이식 팬클럽이 조성되는가 하면 폐암에 걸린 율 브리너가 금연을 위한 TV광고에 무료출연하기도 했다.

최근엔 낙마로 인한 척수손상으로 사지가 마비된 슈퍼맨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리브가 척수손상연구기금 조성을 위한 순회강연을 가져 화제가 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나운서 정미홍씨가 불치의 병으로 알려진 루푸스병 (전신성홍반성낭창) 을 앓고 있다는 것을 공개하고 적극적인 환자모임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일. 질병을 감추는 것이 일반화 돼 있기 때문이다.

홍혜걸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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