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 미스테리]3대 의혹…오익제 월북·김병식 편지·윤홍준 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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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익제 월북〉

'북풍 (北風) 공작' 이 안기부와 북한측간 '연계공작' 문제로 비화하면서 지난해 8월 발생한 전 천도교 교령 오익제 (吳益濟) 월북사건과 뒤이은 평양방송 출연도 의혹의 초점이 되고 있다.

당국은 吳씨의 월북시점부터 전면 재수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吳씨 월북과 관련된 첫번째 의혹은 요주의인물인 吳씨가 공항을 빠져나갈 때까지 안기부가 정말로 몰랐는가 하는 점. 당시 안기부는 수사결과 "吳씨의 월북은 북한측의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공작" 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측은 "정부가 사전에 알고도 묵인했다" "처음부터 목적성 있는 기획입북" 이라고 몰아붙였다.

당시 국민회의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의 '기획입북설' 은 북한쪽에 대한 언급없이 안기부의 '기획' 가능성만 제기하는 것이었다.

그나마 안기부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친 鄭대변인은 '기획입북설' 이 와전된 것이라며 한발 후퇴했었다.

그러나 대선직전 吳씨가 김대중후보 앞으로 편지를 발송하고 평양방송에 출연해 김대중후보 지지발언을 하면서 남북간의 뒷거래설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최근의 안기부.검찰 조사결과는 안기부 고위간부들이 태스크 포스 (전담기획팀) 을 구성하고 '오익제 편지사건 관련 기본 대응계획' 을 작성하는 등 북풍공작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창현 기자

〈김병식 편지〉

김병식 편지사건 내용은 두가지다.

대선을 한달 앞둔 지난해 11월20일께 중국 베이징 (北京)에서 '김장수' 라는 사람이 국민회의의 김원길 (金元吉) 당시 정책위의장을 수신인으로 서신을 보내 '북한 사회민주당 위원장 김병식의 김대중 당선 희망' 을 전했다.

북한은 또 12월7일 김병식 본인 명의로 국내 일부 언론사와 각계 인사에게 팩스 등으로 서신을 전달했다.

김장수 편지는 김병식이 김대중후보와의 연분을 강조하며 당선을 기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내용. 국민회의가 22일 입수, 내용증명으로 안기부에 신고한 뒤 24일 대변인 성명으로 발표됐다.

김병식의 편지는 71년 당시 조총련 제1부의장이던 김병식이 도쿄 (東京)에서 金후보와 만난 사실과 민주화운동을 위해 20만달러를 지원해 주었다는 주장과 함께 대선승리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후원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의혹은 역시 이 편지의 진위 여부. 김장수라는 사람의 실체가 누구인지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김병식이 정말 이같은 '속보이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측은 이 부분에 대해 언급한 바 없다.

신원태 기자

〈윤홍준 회견〉

북풍공작 수사의 단서가 된 지난해 12월 윤홍준씨의 김대중 후보 비방 기자회견은 이대성 실장 지휘로 안기부 해외조사실의 통상 활동조직이 가동돼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사건의 전모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있다.

관심의 초점인 '공작자금' 의 출처는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검찰은 "계속 조사중" 이라고만 말하고 있다.

밝혀져야 할 가장 큰 의혹은 북한 관련부분. 특히 尹씨의 방북을 주선한 허동웅씨의 행적이 미스테리다.

許씨는 중국 조선족으로 태화무역공사 대표로 있다.

尹씨는 허동웅씨가 남북한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조만진 전 국민회의 조직국장 (현 국민회의 인천부평을지구당위원장) 과 접촉했으며 박상규 국민회의부총재, 김홍일의원 등과 접촉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조만진씨는 "사업차 중국을 10여차례 왕래하면서 허동웅.윤홍준 등을 알게 됐으며 96년 이들을 초청한 것은 신라 때 당나라로 건너간 김교각 스님의 등신불을 국내로 들여오는 일을 추진하며 애써준 데 대한 보답이었다" 고 해명했다.

허동웅씨도 "尹씨의 주장은 완전 날조" 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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