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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그것이 알고싶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편…제작진 노력 돋보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15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편' 은 오랫동안 의혹에 싸인 채 역사 속에 묻혔던 사건의 진실을 포기하지 않고 추적해온 제작진의 노력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한국의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91년의 강기훈 유서대필사건은 당시 뜨거웠던 일명 '자살정국' 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했었던 사건. 명지대생 강경대군의 죽음으로 촉발된 연이은 자살은 정국을 뜨겁게 했었고, 전민련 간부였던 김기설의 자살을 동료 강기훈이 방조하고 유서를 대필했다는 검찰의 조사결과는 '어둠의 세력' 의 사주에 의한 자살이라는 여론을 확산시켰다.

'그것이 알고싶다' 팀은 당시 유일한 증거였던 국과수 문서분석실장 김형영씨의 증언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각종 자료를 통해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지적해 진실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의혹을 풀어갔다.

특히 이 작품은 93년 이미 주위인물에 대한 밀착취재를 통해 제작했으나 외압에 의해 방영되지 못했던 내용으로, 이후에도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을 버리지 않고 있던 제작진의 집념에 의해 빛을 보게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1백86억원대의 국유지 37만 평을 국가 소송을 통해 가로채려한 혐의로 지난달 검찰에 구속된 토지 전문사기단으로부터 김형영씨가 돈을 받고 허위감정해준 사건을 계기로 5년 전의 필름을 다시 복구하고 보충취재에 들어간 것. 제작팀은 당시의 관련자들의 증언과 상황추적 등을 통해 그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검찰에 제출된 김기설씨의 필적 중 가장 중요한 흘린체 글씨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던 점, 일본인 감정사가 두 글씨체의 차이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것, 공인된 감정의뢰소에 의뢰한 필적 감정의 결과 등 당시의 감정결과의 의문점을 적적히 제시했다.

제작을 담당한 윤인식PD는 "93년 제작하고도 방영하지 못한 뒤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것이 있었다" 며 "유서대필 사건과 관련된 진실을 밝히는데 일조한 것 같아서 기쁘다" 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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