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신용등급 전망 31년 만에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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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21일(현지시간)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떨어뜨렸다. 신용등급 자체는 최고 등급인 ‘AAA’를 유지했다.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함에 따라 앞으로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커졌다. S&P가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에 손을 댄 것은 평가작업을 시작한 1978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조정은 영국이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으면서 정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탓이다. S&P의 데이비드 비어스 신용평가 담당 애널리스트는 “영국 정부의 순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100% 수준에 이를 수 있으며, 이 같은 상태가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이런 조정 조치가 다른 국가로 확산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많은 국가의 재정 상태가 영국과 비슷한 처지이기 때문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2일 “미국·프랑스·독일 등도 수년 안에 신용등급이 조정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NH투자증권 임정석 연구원은 “국내 해외 차입의 25%가량이 런던 금융시장에서 이뤄진다”며 “이번 조치로 영국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한국 외환·주식시장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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