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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원조로 ‘자원 대국’ 콩고 안을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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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콩고민주공화국은 서유럽 전체와 맞먹는 광활한 국토에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전체가 필요로 하는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만큼 수자원도 풍부하다. 한마디로 아프리카의 거인이다. 그러나 자원을 둘러싸고 120여 년에 걸쳐 펼쳐진 가혹한 식민지 통치와 독재정권의 실정, 동부지역의 내전 등으로 자원의 혜택을 누리기는커녕 1500만 명 이상의 국민이 목숨을 잃는 비극을 겪었다.

그런 콩고가 최근 들어 안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이끄는 유엔이 콩고 동부의 평화정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2006년 말 선거로 집권한 카빌라 대통령이 주변국들과 과감한 외교를 펼치고 있는 덕분이다. 콩고 사람들은 이제 천혜의 무진장한 자원이 경제발전의 기반 마련과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로 연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는 불과 1년 전에 ‘자원 위기’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경제위기와 맞물려 자원 가격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자원 확보를 위한 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은 가속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 주변 경쟁국들은 이미 2000년 이후 아프리카의 자원 부국들에 엄청난 양의 개발 원조와 차관을 쏟아붓고 있다. 우리나라도 범정부적 차원의 자원 확보 전략을 세워 착실히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원조자금 규모에서 보면 이들 경쟁국이 사용하는 자금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콩고 사람들은 단기간의 큰 경제성장을 이루고 모든 산업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며, 축적된 경제발전 노하우를 가진 한국이 콩고의 발전을 이끌어 주기를 기대한다. 콩고의 지도층들은 다행히 콩고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잘 파악하고 있다. 140억 달러의 외채, 전국적인 사회간접자본(SOC)의 부재, 잠자고 있는 무진장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과 자본 부족, 부패 등등. 이 단계에서 누군가의 끌어주는 손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국가 경제적 차원에서, 또 기업 이윤 차원에서도 주요 자원의 안정적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때마침 국제 자원 가격의 하락과 국제 경제 상황에 따른 자금 경색 등으로 콩고 내 광산 개발과 관련한 주가가 바닥을 치고 있고, 콩고 정부가 자원과 연계된 여러 가지 사업 제안을 해오고 있는 지금이 우리에게 기회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우리의 접근이 일방적인 이익만 염두에 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기업이든 정부든 콩고의 관점에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이들에게는 국가적 차원의 SOC도 물론 필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국민의 고통을 당장 덜어줄 수 있는 보건소와 상·하수도, 직업훈련소와 학교가 필요하다. 정부로서도 콩고가 공여조건을 충족시키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다. 그들이 우리의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지금,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자금을 풀어 이들의 자구 노력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김성철 주 콩고민주공화국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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