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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50위였다 160위였다 널뛰기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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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대는 지난해 11월 영국 QS(대학평가 민간업체)가 실시한 대학평가에서 50위를 했다. KAIST는 95위였다. 하지만 같은 해 중국 상하이교통대의 평가에서는 160위로 밀렸다.

제1회 중앙일보 대학평가 포럼이 21일 성균관대에서 중앙일보 주최로 열렸다. 이현청 상명대 총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이처럼 대학평가 순위가 들쭉날쭉한 것은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BC(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비교한 QS의 정량지표에서는 모두 100위권 밖이었으나 종합 순위는 35위로 나왔다. 평가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대학이 많은 이유다.

16년째 대학평가를 진행 중인 중앙일보가 21일 국내 언론 최초로 ‘대학평가 포럼’을 연 것은 이런 문제점을 대학과 함께 풀어 가자는 취지에서다. 이날 발제를 한 성균관대 신현대(행정학) 박사는 “대학평가는 신뢰가 생명인 만큼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평가 주체에 관계없이 동일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며 “세계 대학 평가는 이런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의 대학평가가 개인 주관이 개입되는 설문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노벨상 등 수상 경력과 연구실적만 평가하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참가자들은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다양한 평가방법 개선 모델을 제시했다.

◆객관성을 높이자=전치혁 POSTECH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공학에서 활용되고 있는 ‘구조방정식’을 대학평가에 도입한 모델을 소개했다.

전 교수는 “대학의 우수성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찾아 변수 사이의 관계를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라며 “구조방정식을 통해 대학의 우수성을 공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방법을 사용하면 평가를 담당하는 기관들이 주관적으로 정하는 각 평가지표의 가중치 없이 순위를 계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백정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평가원장은 “대학 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요인들 간의 관계를 잘 분석한 새로운 평가 방안”이라며 “하지만 연구 중심 대학 평가에는 타당할지 모르나 일반 대학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박사는 효율성을 기준으로 하는 대학평가 모델을 제시했다. 연구예산이나 교수 수가 교수의 연구 논문 수나 특허 수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 것이다.

예를 들어 소속 교수 100명이 200편의 논문을 쓴 대학은 교수 100명이 100편의 논문을 쓴 대학보다 효율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서정화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는 “한국 대학이 어려운 연구 환경 속에서도 높은 결과를 낸 것으로 나왔다”며 “대학에 대한 지원이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특성화와 차별화 필요하다=이현청 상명대 총장은 “기존의 세계 대학 평가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익대 서 교수도 “각 대학의 차별화나 특성화를 유도할 수 있는 평가가 필요하다”며 “대학의 차별화된 교육프로그램을 평가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대학들의 의견에 따라 기존의 세계 대학평가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평가 모델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번에 발표된 모형의 문제점을 개선·발전시켜 국내 최초, 유일의 본지 대학평가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포럼에서 발표된 자료는 중앙일보 교육개발연구소(JEDI)의 홈페이지(www.jedi.re.kr) 자료실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강홍준 기자 , 사진=김형수 기자

◆구조방정식=사회학·심리학에서 사용되는 요인 분석과 계량경제학에서 개발된 다중회귀분석·경로분석 등을 결합한 통계방법론.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를 분석하는 데 쓰인다. 대학 평가에서는 논문 수 같은 양적인 지표와 평판도나 선호도 등 정성적 지표 사이의 상관관계나 인과관계를 밝힐 수 있다. 구조방정식을 쓰면 ‘교수당 학생 수=15점’처럼 가중치를 매길 필요가 없어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효율성 분석=대학 평가 때 투입 대비 산출을 따져보는 기법. 투입 요소는 교수 수와 대학 연간 운영예산 등을, 산출 요소는 과학논문인용색인(SCI)이나 사회과학논문인용색인(SSCI) 게재 논문 수 등이 활용된다. 효율성이 가장 높은 대학을 100%로 놓고 상대적인 비율을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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