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병무의 탈출 고실업시대]6.고정관념을 깨뜨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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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우리나라에는 약 1만2천가지의 직업이 있다.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 직업인이라면 소명의식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몸을 이루는 눈.코.입.손.발 등이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듯이,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는 진리를 마음 속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유교 (儒敎) 의 사.농.공.상의 전통으로 인해 '화이트칼라를 높이 평가하고 기술.기능직을 경시하는' 편견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IMF체제를 극복하고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직업관이 변해야 한다.

모든 직업이 중요하며 다만 역할이 다를 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삼미그룹 부회장을 지낸 서상목씨가 식당 웨이터를 지원했다고 해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의 잘못된 직업관을 바로잡기 위해 자기가 평소에 하고 싶었던 웨이터를 지원했다고 한다.

관리자로서의 경험과 고객만족 정신을 살려 일류식당을 만들어 보고싶다는 포부를 밝힌 그를 지금 여러 곳에서 채용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또 중소기업 사장을 지낸 K씨는 회사가 부도난 후 버스기사로 재취업했다.

오전5시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게 힘들지만 사업가로서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질 때 우리 사회는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실업자는 1백만명을 이미 넘어섰다.

4월이 되면 1백30만명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사회를 엄습해 오고 있는 실업의 공포는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생각을 바꾼 사람에게는 일이 주어지지만 과거의 향수에 얽매이는 한 재취업의 길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고정관념을 깨뜨리자. 그래야만 일과 희망이 찾아온다.

양병무〈경총 노동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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