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생산성 ‘만년 꼴찌’인데 노조는 또 대규모 파업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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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산하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2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다. 파업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기 시작한 것이다. 금속노조는 27~29일과 다음 달 12일 쟁의행위 돌입을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이번 교섭에는 100여 개 자동차 부품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파업하면 완성차 업계가 타격을 받게 된다.

금융위기를 맞아 잠잠하던 노사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화물연대는 최근 집단 운송 거부를 결의하고 민주노총에 시기를 위임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27일 대규모 파업에 들어간다. 쌍용차 노조는 22일께 파업할 전망이다. 회장 폭행사건이 벌어진 S&T기전은 16일 직장 폐쇄했다. 민주노총은 개별 기업들의 움직임을 모아 다음 달 총파업 준비를 하고 있다.

매년 되풀이되는 노사 갈등이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주요 원인이 된다.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이 20일 발표한 ‘2009년 세계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57개 국가 가운데 27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31위였다. 한국은 과학기술 인프라(3위)와 기업의 생산·효율성(14위) 분야에서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노사 관계(56위)는 최하위권이었다. 노사 관계는 7년째 조사 대상국 중 꼴찌 주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파업이 많다 보니 한국의 연평균 근로손실일수(파업으로 인해 근로자 1000명이 일하지 않은 일수)는 93일에 달한다. 주요 선진국(미국 48일, 영국 21일, 일본 2일)에 비해 현저히 많다.

한국은 조합원 과반수 찬성으로 파업이 가능하지만 독일·스웨덴 등 상당수 선진국 노조는 자체 규약으로 3분의 2가 찬성해야 파업할 수 있도록 해놨다. 선진국은 무노동 무임금을 철저히 지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업하면 노조가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의 임금을 부담한다. 자칫하면 노조가 파산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노조나 조합원이 거의 손해를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무노동 무임금을 지키는 듯 하지만 타결 격려금 등의 명목으로 임금을 보전해 준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점도 노사 관계를 최하위권에 맴돌게 한다.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5배가 들어간다. 해고하기도 1.4배 어렵다. 일감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그렇게 하기가 1.5배 어렵다. 동아시아 평균의 1.9~2.9배이다.

박영범 한성대(경제학) 교수는 “산업 변화나 시대에 동떨어진 노사 관련 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정비해야 국가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파업을 해도 노조원이나 노조가 손해 보지 않는 이상한 관행이 노사 선진화를 가로막고 있다”며 “기업은 노무 관리를 선진화하고 노조는 떼쓰는 관행을 털어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기찬·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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