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국군병원 터’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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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서울 삼청동 국군서울지구병원 터를 놓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청와대 경호처가 신경전 중이다. 문화부는 미술관을 짓기 위해 병원을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경호처는 대통령 시설을 함부로 옮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곳은 역대 대통령들의 전용병원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이곳에서 숨을 거뒀다.

사실 이 병원의 이전은 이명박 대통령이 약속한 사항이다. 경복궁~광화문~숭례문으로 이어지는 국가상징거리 조성 사업에 쓰도록 ‘대통령의 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4일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에서 “대통령 한 사람이 양보하면 국민에게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정부는 국군병원과 바로 옆 국군기무사령부까지 이전하고 2만7309㎡(약 8261평)에 이르는 자리에 복합문화시설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기무사는 지난해 말 경기도 과천으로 이전했다. 그리고 문화부는 올 1월 이 터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호처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대통령 신변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최대한 시간을 아끼기 위해 국군병원을 포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 병원은 대통령 집무실로부터 5분 거리다. 또 경호처는 미국 정부가 대통령을 위해 베데스다 해군병원을 워싱턴 DC에 운영 중인 점도 내세운다.

이런 반대에 국가상징거리 조성 주무부처인 문화부는 마음이 급하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 전용헬기도 있고, 차로 10분 거리에 혜화동 서울대병원도 있는데 국군병원을 둬야 할 이유가 있느냐”고 주장했다. “‘만일’에 대비해 비싼 의료장비를 모두 대기시키는 게 옳은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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