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폐합 몸살앓는 정부산하 연구기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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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산하 연구기관들의 통폐합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초 연기기관들은 이미 나름의 통폐합안을 대통령직 인수위에 제출한 바 있으나 자료 검토만 마친 상태며 이후 구체화작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연구기관의 통폐합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중복기능 조정문제. 역사관련 연구소로는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이원순).한국정신문화연구원 현대사연구소 (소장 한흥수).독립기념관 (관장 박유철)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국립문서보관소 (소장 김선영) 등이 대표적. 한국사의 효율적인 연구와 자료보존을 위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분야다.

특히 이들 중엔 정치적 색깔을 깔며 설립된 경우도 있다.

국립국어연구원 (원장 이익섭) 과 정문연 등 국어연구기관들의 중복도 조정 대상이다.

국어연구원이 설립되기 전 이미 정문연이 '방언조사' 등에 대한 독자적인 연구가 진행됐으며 그후 기능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 또 고전문헌의 수집.연구.교육.국역기능을 갖춘 정문연, 고전문헌의 편찬.국역.교육사업에 비중을 두고 있는 민족문화추진회 (회장 이우성) , 국역사업을 추가하고 있는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회장 박종국) 의 효과적인 협조체제 구축도 필요한 실정이다.

서울대 규장각과 정문연 장서각의 협업관계를 비롯,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 김종운) 과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김정원) 의 해외 한국학 지원 기능도 조정되어야 할 사항. 문제는 각 연구기관이 여전히 방어적 조직개편을 구상하고 있다는 점. 정문연은 대만의 중앙연구원이나 중국의 사회과학원 등과 같은 총괄적 위상을 희망하고 있으며, 국립국어연구원은 전자사전.한자표준화.국어사전편찬 및 남북통일 맞춤법 등 사업을 들어 오히려 기구확충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 여타 기관들도 자신들의 독자적 기능이나 법률적 지위를 들어 통폐합이나 구조조정 대상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이들의 통폐합 작업을 더 어렵게 하는 문제은 정부기구.정부출연기관.재단법인.특별법인 등 법률적 지위가 다를 뿐 아니라 교육부.문화관광부.외무통상부 등 감독기관도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점. 정책연구소인 민족통일연구원.외교안보연구원.세종연구소.교육개발원 등을 포함할 때 이같은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이 때문에 정부는 연구기관 통폐합 및 총괄적 조정 작업은 새로 생긴 기획예산위원회에 넘기되 세부적 실행계획은 각 부에서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기관들은 나름대로 감독부처로부터 자율성을 갖기 위해 연구기관 전체를 아우르는 위원회를 설립, 예산 편성권과 감독권을 갖도록 희망하고 있어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학계에서는 연구의 독자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그동안 논의만 돼오던 근본적 개편을 이번 기회에 해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창호·양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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