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펀드 평가 2004년 상반기] 확 달라진 운용사별 실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올해 상반기의 운용사별 성적표는 1분기 평가 때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대표적인 주식형 펀드인 성장형의 경우 1분기에 4위권이었던 PCA투자신탁운용이 상반기에는 평균 수익률 2.56%로 1위에 올랐다. 영국계 PCA투신은 상승장과 하락장이 이어졌던 올 상반기에 맹활약을 했다.

◇운용사별 고수익 비결 달라=PCA투신은 가치주는 장기 보유하는 한편 4월 말 주가 하락이 시작되자 전기전자업종 비중을 줄인 덕을 톡톡히 봤다. 이 회사 강신우 자산운용본부장(전무)은 "시황을 그대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 모델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종목을 중시하는 운용전략을 펴 효과를 봤다"고 했다. 강 전무는 "삼성SDI.LG전자 등 전기전자 비중을 줄이고 KT.한전 등 방어주를 새로 편입시키긴 했지만 삼성전자.현대모비스.신세계.태평양.농심 등 가치주는 지난해에 편입시킨 뒤 거의 매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분기에 꼴찌에서 둘째였던 SEI에셋자산운용은 2위로 급등했다. 이 운용사 포트폴리오의 특징은 배당성향이 높은 종목과 하락장에서 주가가 덜 떨어지는 우선주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이들 1, 2위 운용사만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나머지는 모두 마이너스였다.

◇기술주가 수익률 낮춘 주범=1분기에 3위까지 올랐던 대한투신과 6위였던 LG투신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상반기에 수익률이 가장 낮은 운용사는 적립식 펀드로 잘 알려진 랜드마크투신이었다. 이 회사 김일구 운용본부장은 "지난해엔 운용사 중 2위였지만 올해는 포트폴리오를 짜는 데 두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말했다. 인덱스펀드보다 나은 수익률, 즉 '인덱스+α' 전략을 추구하는 랜드마크투신은 일찌감치 올 초부터 내수 침체와 중국의 긴축을 예상해 삼성전자 비중을 축소하는 전략을 취했다. 그러나 1분기에 예상외로 삼성전자가 급등하자 뒤늦게 삼성전자를 편입시켰다가 그 이후 급락장에서 손실을 봤다.

미래에셋자산도 하락장에서 고전했지만 선물 매도로 어느 정도 위험회피를 한 덕분에 중위권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구재상 미래에셋자산 사장은 "상반기 실적이 부진했던 것은 기술주(IT)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국계.중소형사 선전=1분기 평가 때 10위권 밖에 머물렀던 SEI에셋자산.조흥투신.신한BNP파리바투신.삼성투신.SK투신이 이번에 10위권에 오르는 등 운용사 간의 부침이 엇갈렸다. 평가기간이 1분기에서 상반기로 늘어나면서 외국계와 중소형사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상위 10위권에서 1, 2위를 비롯해 모두 4개사가 외국계 운용사(합작사 포함)였다. 또 상위 10위권에서 푸르덴셜자산.삼성투신.KB자산을 제외한 7개사가 1000억원 미만을 굴리는 중소형사였다.

안정성장형과 안정형은 LG투신이 강했다. 안정성장형에서는 배당주 투자가, 안정형에서는 상승장에서 주식 편입을 늘리고 하락장에서는 주식을 줄이는 자산배분 전략이 1등 공신이었다.

시가채권형에서는 1분기에 1위였던 대한투신이 3.53%의 수익률로 1위 자리를 지켰다. 도이치투신은 한 계단 뛰어오르며 2위에, 한국투신이 1분기 하위권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이들 운용사는 회사채를 많이 편입시켰다는 점이 비슷했다. 올 상반기 채권시장에서는 회사채와 카드채가 국고채보다 강세를 띠었다.

주가지수를 따라 투자하는 인덱스펀드에서도 수익률 격차가 2%포인트 이상 벌어지며 운용사별 실력이 드러났다. 상반기 수익률은 제일투신이 가장 좋았고, 삼성투신은 꼴찌였다.

◇장단기 실적 엇갈려=성장형의 1년 실적은 미래에셋자산이 1위, 동원투신이 최하위였다. 안정성장형은 대한투신이 가장 좋았고, 푸르덴셜자산.삼성투신.마이다스자산은 하위권이었다.

3년 수익률은 편드 성격과 상관없이 미래에셋자산이 고루 최상위권에 들었다. 성장형은 SEI에셋자산이 114.6%로 1위, 미래에셋자산이 108.9%로 2위였다. 이들 운용사 수익률은 가장 성적이 나쁜 KB자산(36.2%)의 세 배 수준이었다. 상반기 실적은 18위로 하위권이었던 프랭클린투신이 3년 수익률로는 3위를 지켰다. 시가채권형에서는 채권에 강하다는 평판을 가진 대한투신이 역시 가장 앞섰다.

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