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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 인사 뒷얘기]김대중대통령 먼친척 국세청장 '쓴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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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차관급 인사가 '국민의 정부' 출범후 열하루만에, 조각 (組閣) 후 닷새만에야 단행됐다.

전문성을 중시한 내부 발탁 원칙은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사람을 고르는 데는 상당히 애를 먹었다.

국민회의.자민련의 공동정권이라서 인선 하나 하나가 과거보다 서너배 이상 복잡했던데다 여야간 정권교체가 이뤄진 탓에 후보로 오른 관료들의 면면을 여권이 잘 몰랐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갑자기 몇몇 장관들의 땅투기 의혹이 제기돼 이미 간추려진 차관 (급) 들을 또 한번 체크하느라 지연됐다.

여권 핵심은 사람 됨됨이를 파악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소비했다.

김중권 (金重權) 청와대비서실장과 수석비서진은 세차례의 회의를 통해 각종 존안자료를 검토했다.

해당 부처의 여론도 들었다.

그리고 나서 후보를 2~3배수로 압축한 뒤 김종필 (金鍾泌) 총리서리와 해당 부처 장관들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물었다.

해당 장관들의 견해가 상당히 많이 반영됐다고 한다.

김대중대통령은 7일 오후3시 金실장으로부터 최종안을 보고받고 거의 그대로 재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선에 큰 어려움 없이 비교적 빨리 결정된 자리는 총리비서실장. 재경부차관.예산청장 등. 유임된 조건호 (趙健鎬) 총리비서실장은 처음부터 金총리서리가 낙점했기 때문에 경쟁자가 없었다.

최근 경제를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한 金총리서리는 경제통인데다 총리실과 청와대 근무경험 때문에 양쪽 업무에 밝은 趙실장을 주저하지 않고 골랐다고 한다.

정덕구 (鄭德龜) 재경부차관은 외채 만기연장 협상때 함께 일했던 김용환 (金龍煥) 자민련부총재.유종근 (柳鍾根) 대통령경제고문 겸 전북지사의 적극 천거가 결정적인 힘이 됐다는 후문이다.

안병우 (安炳禹) 예산청장은 金대통령의 호감을 산 케이스. 재경원 예산실장으로 올해 추경안 편성작업을 하면서 대통령의 눈에 들었다고 한다.

예산청과 늘 보조를 맞춰야 할 진념 (陳稔) 기획예산위원장의 평가도 고려됐다는 전언이다.

○…경쟁이 치열했던 쪽은 외교통상부.행정자치부 등.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론 허승 (許陞) 외교안보연구원연구위원.선준영 (宣晙英) 제네바대표부대사.한덕수 (韓悳洙) 산업자원부차관이 맹렬한 각축을 벌였다.

장관으로 커리어 (외교관) 를 밀었다 실패한 외무부 출신들은 이 자리만큼은 자기들 쪽에서 차지하겠다고 했으나 역시 실패했다.

여권 핵심에서 외교통상부로 편입될 재경원.통상산업부 출신들의 사기를 생각, 韓차관쪽으로 정리했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 차관엔 경남출신 장관 탓에 전북 출신으로 최고참 1급인 정진용 (鄭鎭龍) 전정무1장관실 정무실장과 전남 출신인 김흥래 (金興來) 기획관리실장 등이 유력 후보로 검토됐었다.

그러다 충북 출신인 석영철 (石泳哲) 지방행정연수원장이 막판 경쟁대열에 끼어들어 승리했다.

○…국세청장은 청와대가 좀 고민했던 직책. 수석회의가 고른 후보들 중엔 전남 목포 출신으로 金대통령의 먼 친척인 김거인 (金居仁) 한국증권금융사장이 있었다.

金사장은 세무통으로 서울지방국세청장까지 지내 업무능력면에선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金대통령과의 관계가 걸려 후배인 이건춘 (李建春) 서울국세청장에게 자리를 내줘야만 했다.

○…안병길 (安秉吉) 방위산업진흥회부회장은 부내에선 후보로 점찍지 않은 인물. 그러나 국방부와 합참에서 함께 일했던 천용택 (千容宅) 국방장관이 방산.무기구매 관련 비리척결 필요성 때문에 이 분야 전문가인 그를 강력하게 천거했다고 한다.

차관으로 거론됐던 박용옥 (朴庸玉) 국방부정책차관보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총장 기용설이 있다.

○…고향이 광주이며 경희대 출신인 조선제 (趙宣濟) 국제교육진흥원장이 교육부 차관이 된 데는 동교동계 경희대 동문의 적극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실련에서 일한 윤원배 (尹源培.경제학) 숙명여대교수가 금융감독위 부위원장에 임명된 것은 역시 경실련 활동에 열성적이었던 김태동 (金泰東) 청와대경제수석의 추천 때문이라고 한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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