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리다보니 50년 ‘흰머리 청년’ 류복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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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군복 바지에 검은 면티를 대충 걸친 반백 노인이 드럼 스틱을 들고 춤을 춘다. 주름진 얼굴에선 세월이 묻어나지만 몸놀림은 어린 아이가 손에 익은 장난감을 갖고 노는 양 활기차다. 가끔은 혀를 쏙 내밀며 해맑게 웃다가 드럼 스틱을 하늘로 집어던지기도 한다. 50년간 재즈 드럼과 라틴 퍼커션을 쳐 온 타악기의 거장 류복성(69)씨다.

칠순을 바라보는 요즘도 서울 시내 라이브 재즈클럽 서너곳을 뛰며 젊은이 못지않은 힘있는 연주를 들려주는 류복성씨. [신나라 레코드 제공]


그가 자신의 음악인생 50년을 정리하는 CD&DVD 세트 ‘류복성 재즈 콘서트’(신나라 레코드)를 내놨다. 단순히 연주곡을 모은 음반이 아니라 50주년 기념공연의 생생한 실황을 그대로 담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클래식이 작곡가의 예술이라면 재즈는 연주인의 예술”이라는 음악평론가 이해성씨 말처럼, 스튜디오에서는 결코 재현할 수 없는 거장다운 무대 매너와 열정이 영상과 음악 속에 그대로 담겼다.

이번 공연에서 류씨는 ‘블루 레인’ ‘혼자걷는 명동길’ ‘류복성의 수사반장’ 등 자작곡과 재즈 명곡을 때론 드럼주자, 때론 퍼커셔니스트, 또는 보컬로 변신해가며 들려준다. 그와 수십년을 함께 연주해 온 ‘류복성 올스타 빅 밴드’와 한국의 대표적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 색소포니스트 손성제 등이 함께했다.

류복성씨는 1958년 미8군 부대에서 재즈 드러머로 연주를 시작해 ‘이봉조 악단’과 ‘길옥윤 재즈 올스타즈’ 등에서 활동했다. 70년대에 접어들면서 라틴 타악기 연주자로 변신해 ‘류복성과 신호등’으로 첫 음반을 출시했고, 다양한 가요 음반에도 참여했다. MBC 인기드라마 ‘수사반장’의 테마 리듬인 ‘빠바바바밤 빠바바바밤’도 그의 봉고 연주가 바탕이 돼 만들어졌다.

현재는 ‘류복성 드럼 앤 퍼커션 스쿨’을 운영하면서 서울 이태원 ‘올 댓 재즈’, 압구정동 ‘소울 투 갓’ 등 라이브 재즈클럽에서 활발히 연주하고 있다. “50년을 해 왔는데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하는 그의 인터뷰도 DVD에서 볼 수 있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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