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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만 보인 본프레레식, 체질 변화 이제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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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 선제골을 터뜨린 이동국이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왼쪽 상단은 경기 내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본프레레 감독의 표정. 머리를 감싸고 고민하다가 지시한 대로 선수들이 해내자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부산=연합]

'합격은 했지만 후한 점수는 주지 못하겠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새 사령탑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의 데뷔전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다.

10일 광주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바레인과의 평가전에서 한국은 2-0으로 이겼다. 전반 2분 김은중의 헤딩패스를 이동국이 논스톱 발리슛으로 연결, 선제골을 뽑았다. 전반 40분에는 이을용의 코너킥을 최진철이 강력한 헤딩으로 바레인 골네트에 꽂아넣어 승리를 굳혔다.

선제 결승골의 주인공 이동국은 2002년 월드컵 대표팀 탈락의 아픔을 딛고 재기하며, 본프레레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동국이 태극마크를 달고 골을 넣은 것은 2002년 10월 아시안게임 바레인과의 8강전 이후 처음이다.

17일 중국에서 개막하는 아시안컵에서 요르단.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 등 중동팀과 같은 조에 속한 한국은 전초전 격인 이날 승리로 본프레레호 출범에 따른 막연한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

대표팀은 지난달 29일 본프레레 감독이 부임한 뒤 10여일밖에 발을 맞추지 못했다. 붙박이 주전인 안정환.김남일.김태영.박지성 등이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로 뛰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정예 멤버가 총출동한 '중동의 복병' 바레인을 상대로 낙승한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4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하는 한국으로서는 공격과 수비의 보완과제도 확인했다. 한국은 이날 빠른 패스게임을 펼쳤다. 중앙수비수 최진철.이민성(후반 박재홍), 수비형 미드필더 이을용 등 3명을 제외한 필드플레이어 전원이 공격에 가담해 상대 진영에서 빠른 패스를 주고받았다.

문제는 패스가 패스로 끝났다는 점이다. 문전까지 치고 갔으면서도 다시 측면으로 빠져 크로스에 이어진 슈팅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본프레레 감독도 "선제골이 일찍 터진 뒤 만족감 때문인지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졌다"며 "바레인이 최다 6명을 수비라인에 밀집해 (공격하기가) 어려웠지만 마지막 패스가 좋지 못해 위협적인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바레인에 침투패스를 수차례 허용한 점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전반 11분 바레인의 타랄 유스프와 모하메드 후베일의 월패스에 수비라인이 무너져 골키퍼 이운재와 후베일이 1대1로 맞서는 등 90분간 4~5차례나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

수비 라인의 불안은 "상대 수비수가 많아 역습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공격수를 늘렸다"는 본프레레 감독의 말처럼 공격 지향적 전술과 한국 선수들에게 익숙지 않은 포백(4back) 시스템을 사용한 탓도 있다. 발이 느린 중앙수비수들이 상대 공격수를 놓친 점과 미드필더의 수비 가담이 부족했던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대표팀은 14일 트리니다드토바고와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평가전을 치른다.

광주=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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