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어언 12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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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992년 3월 31일. 미스터리 다큐멘터리를 표방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첫 선을 보였다. 군사 독재시대의 유산을 떨치기 위해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선보일 때였지만 이 프로그램은 첫 회부터 단연 주목받았다.

'이형호군 유괴사건, 살해범의 목소리'가 방송되자마자 수백 통의 제보 전화가 이어졌다. 닷새 만에 재방송이 나갈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불렀다. 이후에도 미제(未濟) 사건을 소재로 삼아 다른 유사 프로그램과 차별성을 보였다. 이런 노력 덕분에 '그것이 알고 싶다'는 단지 프로그램 이름이 아니라, 궁금한 사실 앞에 붙는 하나의 '보통명사'가 됐다.

17일이면 500회를 맞는 '그것이 알고 싶다'(진행자 정진영.사진)는 12년이나 꾸준히 사회 비리에 메스를 들이대 왔다는 점으로도 박수를 받을 만한데 여기에 더해 특정한 정치적 목적이나 이념에 휘둘리지 않는 균형적인 태도로 불필요한 시비에 말린 적이 없어 시사.고발 프로그램으로서 모범이 되기에 충분하다.

물론 우여곡절도 많았다. 2001년 종교 단체가 관련된 '아가동산' 사건을 다뤘을 때 법원이 방영 금지 가처분을 인정함으로써 방송 당일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해야 했다. 이 밖에도 이해 관계가 민감한 소재의 경우 갖은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 수난 속에서도 영광의 시간이 더 많았다. 92년과 93년 '인간의 조건'이란 제목으로 세 차례에 걸쳐 방송했던 정신질환자 수용 실태 및 알코올 중독 문제의 경우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됐다. 재야 인사 장준하의 죽음을 다룬 '암살인가? 실족사인가?'(93년3월) 등은 의문사진상위원회 등이 적극적으로 후속 작업을 하는 계기가 됐다. 제작진은 500회 특집으로 화제작 31편을 선정해 인터넷 다시보기(VOD)로 서비스하고 있다.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연성화하고 있다고들 말한다. 쉬운 길로 가려 한다는 것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에만 눈을 돌린다는 비판도 있다. 이런 지적이 모두 '그것이 알고 싶다'에 해당하는 말은 아니겠으나 귀 기울여 들을 필요는 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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