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우덕의 13억 경제학] 중국증시(40) “가짜 아파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고,
실물경제 마저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개인들은 내 재산 온전히 지킬 수 있을지, 시름이 깊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마음을 굳건하게 잡아야 겠습니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맷집'을 키워야 겠습니다.

블로그 '13억 경제학'의 두 번째 오프라인 모임을 갖습니다.

주제 : 1. '한국QFII, 중국 A주를 겨냥하다' (송준혁 한국푸르덴셜자산운용 펀드메니저)
2. '자동차 조선 등 철강소재 산업의 유망주들' (조용찬 한화증권 중국팀장)

일시 : 10월 9일(목) 오후 6시30분

장소 : 10월 7일 오후 신청자에게 이메일로 개별 통보

신청 : 10월 6일까지 이메일로 접수 woodyhan@joongang.co.kr
(성명, 직장, 참가동기 등을 적어 메일 발송해주십시요)

참가비 : 10,000원(석식+강연장 대여료)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습니다. 많은 신청 기다립니다.

*************
오늘 부동산 시리즈 마지막입니다. 증시를 논하며 부동산 얘기가 길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부동산.건설 분야 상장업체의 시가총액은 전체의 15%에 달할 만큼 중요합니다. 연관 산업까지 합치면 중국 전체 GDP의 30%이상을 차지하는 분야가 바로 부동산입니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 시장 구조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하겠기에 글이 길었습니다. 부동산 시리즈는 일단 오늘 마감하고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또 언급하겠습니다.
***************

'上有政策,下有對策'

'위(정부)에서 정책이 나오면 아래(기업)에서는 대책을 세운다는' 는 뜻입니다. 중국인들과 비즈니스를 조금이라도 해 본 분이라면 이 말의 속 뜻을 금방 아실 것입니다. 부동산 만큼 이 말이 잘 어울리는 분야도 없을 겁니다. 정부의 정책이 발표되면 곧 정책을 무색케하는 대책이 나옵니다. 부동산 정책이 먹혀들리 없지요.

베이징에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린챵슈(林强秀). 그는 최근 중국은행에 은행 신용카드를 신청하러 갔습니다. 창구직원에게 카드발급 신청서를 제출했지요. 수속을 진행하던 직원이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카드가 발급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깜짝 놀랐겠지요. 왜냐고 물으니 창구직원은 "은행 빚이 너무 많다"고 답합니다.

은행 빚이라니? 빚지는 것을 싫어하는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창구직원이 내미는 개인 신용내역서를 들여다 봤습니다. '중국 건설은행에 358만 위안(1위안=약 170 원)을 대출했고, 아직 325만 위안이 남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조회를 해 보니 베이징 교외 둥화아파트의 240평방미터 1203호 집이 담보로 되어 있었습니다.

'청천 날벼락도 유분수'라고 했던가요? 대체 둥화아파트는 무엇이며, 325만 위안은 또 무엇이란 말입니까? 창구 직원은 사정 얘기를 듣더니 '가짜 모기지론(假按揭)'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가짜 모기지론? 온통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뿐입니다.(가짜 모기지론을 풍자한 그림)

6개월 전 일이 머리에 스쳤습니다. 부동산 개발업체에 다니는 친구 하나가 '신분증을 갖고 회사로 올 수 없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 했지요. 친구는 자신을 도와달라며 한 서류에 사인을 부탁했습니다. 회사에서 필요한 것인데, 보증인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일 없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친한 친구의 부탁이었기에 아무 생각없이 사인을 했습니다.

"아마 그 때 서명한 것이 대출서류 일겁니다. 석 달까지는 그 회사가 갚았고, 그 다음부터는 밀렸군요. 린 선생께서 갚아야 하겠는데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친구에게 핸드폰으로 전화했습니다. 불통이었습니다. 회사로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당신이 거신 전화는 콩하오(空號.빈 번호)입니다'라는 답만 흘러나왔습니다. 회사는 이미 오래전에 없어졌지요. 알고보니 그런 아파트는 없었습니다. 그는 지금 중국건설은행과 힘겨운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중국 유력 경제신문인 제일재경일보가 최근 보도한 내용입니다.

린챵슈는 요즘 중국에서 일고 있는 '가짜 모기지론' 논란의 한 예입니다. 이밖에도 많은 이들이 지금 가짜 모기지론의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가짜 모기지론'이란 부동산개발업체가 허위 모기지론 신청 서류를 만들어 은행에 제출, 이를 근거로 부당 대출을 받는 것을 말합니다. 은행이 분양계약서를 포함한 모기지론 신청서가 접수되면 대출액의 70%이상을 해당 부동산업체에 대출해준다는 점을 악용한 것입니다. 일종의 대출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암암리에 진행돼 왔습니다.

가짜모기지론 만드는 방법도 가지가지입니다. 개발업체가 직원들의 이름을 빌려 만드는 법, 제3자에게 돈(2000-5000위안)을 주고 이름을 사는 법 등이 활용됩니다. 물론 '대출상환의 책임은 부동산개발업체에게 있다'는 내용의 이면계약을 체결합니다. 이 이면계약의 합법성을 놓고 지금 중국 여러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2007년 들어 '가짜 모기지론'이 기승을 부립니다. 보다 악질적인 사기행각이 자행됩니다. 있지도 않은 아파트에 대해 분양계약서를 만들기도 합니다. '가짜 아파트'에 대한 모기지론 신청이 이뤄지는 겁니다. 린챵슈 선생이 당한 것도 그겁니다.

왜 2007년 들어 '가짜 모기지론이 기승을 부렸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정부의 부동산정책 흐름을 다시 한 번 봐야겠습니다.

앞 칼럼에서 얘기했듯, 1998년 상품방(商品房)의 등장으로 부동산 시장이 형성됐고, 수요와 공급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산업이 급팽창하게 됩니다. 2000년이후 가격도 매년 20-40%씩 올랐습니다. (혹 앞 칼럼을 읽지 않으신 분은 여기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woodyhan&folder=1&list_id=10071680 를 클릭하세요)

중국이 부동산시장 과열을 잡겠다고 나선 게 2005년이었습니다. 지방정부의 토지매각을 줄이고, 은행의 부동산 대출 창구를 조였습니다. 정책이 나오자 지방정부는 빠져나갈 대책을 마련합니다. 부동산시장이 죽으면 세수가 줄어드니까요. 개발업체나 은행 역시 대책을 세웁니다. '가짜 모기지론'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상하이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고 하면 투기꾼들은 광저우로 몰려갑니다. 전형적인 풍선효과이지요.

결국 중국 중앙정부는 2006년 말 고강도 정책을 내놓습니다. 전체 대출 총액중에서 부동산관련 대출 비중을 3%이내로 묶으라는 것이지요. 은행창구를 실질적으로 닫아버린 겁니다. 은감위가 눈을 부릅뜨고 감시했습니다. 시장이 서서히 냉각되기 시작했지요. 부동산개발업체들은 자금난에 쫓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또 8개월여가 지났습니다. 도산하는 업체가 나타났습니다. 앞 칼럼 마(馬)사장의 회사가 도산한 이유입니다. 상하이의 투기군 콩(孔)여사 역시 은행 대출에 허리가 휠 지경입니다.

베이징사범대학 금융연구소는 최근 보고를 통해 2008년 부동산업계 자금부족액이 6730억 위안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작년에는 오히려 남아돌았었는데 말입니다. 중국 금융기관의 전체 대출중에서 부동산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3%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전국 평균일뿐 상하이의 경우 약 30%를 넘습니다.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말 현재 부동산분야 연체율은 작년말보다 0.22%포인트가 올라 경계선으로 여겨지고 있는 3%에 근접했습니다(미국의 경우 6.6%). 올해 4.5%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가격은 떨어지고, 거래는 안되고, 은행 대출은 더 어려워지고, 갚아야할 돈은 점점 불어나고...그것이 부동산개발업체가 직면한 문제입니다. 그게 바로 2007년부터 '가짜 모기지론'이 성행한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의 부동산가격 폭락이 세간의 우려처럼 금융시장으로 옮겨갈까요? '중국 판 서브프라임 사태'는 발생할까요?

저의 대답은 '노(no)'입니다. 중국 부동산시장은 향후 1-2년 조정기를 겪겠지만, 이 문제로 중국경제 전체가 위기로 빠져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현 시장 상황이 정부의 관리능력 범위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도 지적했듯 중국 부동산시장은 부동산개발업체-지방정부(토지)-은행(자금)-소비자로 연결되는 폭리구조 속에서 성장해 왔습니다. 이중에서 중국정부는 토지와 자금을 쥐고 있습니다. 마음 먹기에 따라 언제든지 부동산시장을 조절할 수 있다는 얘기 입니다. 토지 방출량 및 가격을 조절할 수 있고, 또 국유 상업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절대 부동산시장이 망가지도록 내버려 두지 못합니다. 부동산산업이 망가지면 경제가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상하이의 경우 GDP에서 차지하는 부동산산업의 비율은 약 20%에 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철강 시멘트 등 원자재, 장식(인테리어) 등 관련산업을 합치면 40%를 육박합니다.

중국정부는 필요하다면 자금을 풀 것이고, 은행부실 채권을 탕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재정여력도 충분합니다. 시기상의 문제일 뿐입니다.

중국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위기가 모두 드러났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부동산대출의 증권화로 대출 책임의 소재가 불분명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누가 얼마의 채무를 갖고 있고, 어느 은행이 누구에게 대출해줬는지 명확합니다. 그 위기가 무엇인지는 이미 앞에서 설명했습니다.

노출된 위기는 위기가 아닌 것입니다.

중국정부는 오히려 이번 폭락을 계기로 시장질서를 바로잡고자 합니다. 부조리를 없애겠다는 것이지요. 정책당국자들은 단순한 부양책보다는 체질개선을 위한 개혁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누차 밝히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중국정부가 노리는 것은 분명합니다. 마 사장과 콩 여사의 퇴출입니다. 중국은 지금 가격폭락의 과정에서 부실 부동산개발업체나 투기꾼을 코너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앞 칼럼에서 거론했던 부동산개발업자 마 사장은 이미 시장에서 퇴출됐고, 콩 여사 역시 퇴출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우디
Woody Han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