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벌써 발기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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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기부전하면 생각나는 단어는 무엇일까? 무능, 노쇠, 천기누설, 비아그라, 비뇨기과, 해구신 등…결코 머리 속에 떠올리고 싶지 않는 단어들일 것이다. 젊음, 청년 이라는 단어와 발기부전은 가까울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최근 20대와 30대 초반의 젊은 남성 층에서 발기부전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별거 아니야. 요즘 피곤해서 그런 거야”하고 그냥 무시해 버리고 지나가지만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점차 더 큰 걱정에 휩싸이게 되고, 자신감 상실과 성생활에 대한 갈등, 심리적 좌절 등을 겪게 된다.

젊다는 이유 때문에 도움을 청하기도 쉽지 않다. 가까운 친구나 선배에게 물어봐도 대화는 금세 장난으로 흐르고 나중에 만나면 좋은 안주거리가 되고 만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시대라 해서 여기저기 비뇨기과 홈페이지의 상담실을 노크해보지만 심리적 문제나 시간이 지나면 된다는 정도, 아니면 병원에 내원하라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답변만 들을 뿐이다. “누구든 제발 진지하게 내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냥 이대로 지내자니 더 망가질 것 같고 그렇다고 이 젊은 나이에 비뇨기과를 가자니 창피하고…

그래서인지 요즘 인터넷을 통해 가짜 비아그라가 많이 팔린다고 한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주 연령대를 고려하면 20, 30대 젊은 남성층이 그 주요 고객이라고 생각된다. 과연 안전할까? 그렇게 저렴하게 파는 약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오히려 유효약물성분이 없으면 부작용도 없으니 다행이겠지만 과량이 포함되어 있거나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들어있으면 심장마비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걱정만 하지 말고 우선 금연, 금주를 하고 운동을 해보자. 매주 3회, 1시간 이상 규칙적인 운동을 함으로써 스트레스도 풀고 몸도 건강해 질 뿐 아니라 뇌하수체를 자극하여 발기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함으로써 성욕을 증가시킬 수 있다. 조깅, 스케이트, 수영, 파워 워킹, 등산 등 유산소운동이 가장 좋다. 근력운동도 도움이 되지만 그 중 자전거, 승마, 장시간 운전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유산소운동은 호르몬의 생성을 촉진할 뿐 아니라 음경혈관을 확장시키기 때문에 결국 음경에의 혈액공급이 증가됨으로써 발기조직을 더 튼튼하게 만든다.

또한 영양 섭취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동물성 지방 섭취를 줄이고 저지방, 고단백질 섭취와, 채소, 신선한 과일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혈액순환에 좋다고 알려져 있는 인삼이나 콩 등 역시 발기부전에 도움이 된다. 비교적 나이가 젊은 환자들의 경우를 보면 회사 일이 바쁘거나 야간에 인터넷게임 등을 하느라 수면이 부족한 케이스가 많은데 이 또한 발기부전의 원인이 된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게 되면, 밤사이에 3-4번 정도의 수면 중 발기가 일어나는 데 이 때 발기조직에 신선한 산소가 공급되어 음경조직이 활성화된다. 기혼자라면 주 2회의 부부생활을 통해 발기력을 유지하고 회복시킬 수 있다. 또한 미혼이라면 부부관계만은 못하지만 자위행위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열심히 3개월 이상 노력했는데도 효과가 없다면 우선 비뇨기과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건 발기부전을 검사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전신상태가 건강한지 확인 받기 위해서다. 젊은 남성의 경우, 어떤 다른 질환 때문에 발기부전이 나타나기 어렵지만 만약 검사를 통해서 빨리 진단할 수 있다면 발기부전은 건강지킴이의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발기부전을 질병이 아닌 하나의 증상으로 생각하고 대처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생각일 것이다.

비뇨기과전문의 이민종

조인스닷컴(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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