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에 애인바꾼 MBC드라마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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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이번 주초, 별생각 없이 채널을 MBC로 돌린 시청자들은 지난주까지 극중 김미숙의 죽음에 눈물을 펑펑 쏟던 장동건이 새로 등장한 회장딸 최지우와 가까워지기 시작한 것을 봤다.

그것도 단 2회만에 입맞춤에 근접할 만큼 속도가 빠르다.

경쟁프로에 뒤지는 시청률.드라마 방향을 둘러싼 작가와 연출자의 불화가 원인이 되어 작가.여주인공이 도중하차한 '사랑' 이 새로 출발한 것이다.

김미숙.이영하.정보석 등 30대 눈높이의 연기자들이 대거 물러난 대신 최지우.정준호.송윤아.유혜정 등이 가세한 것. "월화 미니시리즈의 주시청자는 젊은 애들" 이라는 방송가의 통설을 따른 것이다.

연령은 젊어졌어도 이들의 관계는 여전히 묘하다.

최지우는 극중 기조실장이자 사장 아들인 야심가 정준호와 약혼한 사이. 대신 정준호는 유혜정과 내연의 관계다.

'연속극' 의 한 묘미는 시청자와의 호흡이다.

시청자 호오 (好惡)에 따라 길이가 달라지고, 등장인물의 비중이 바뀐다.

하지만 '사랑' 은 16부작 미니시리즈. 게다가 PC통신 'MBC에 바란다' 코너에는 김미숙 대신 최지우에 눈길을 주는 장동건에 대한 아우성이 넘쳐난다.

이쯤 되면 시청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모른다.

왜 진작 열심히 보지 않았냐고. '시청률의 노예' 이기는 하되, '시청자의 노예' 는 아닌 것이 요즘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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