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압력 거세진다…미국·유럽연합 등 수출견제 줄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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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정부와 업계가 국제통화기금 (IMF) 위기탈출을 위해 강력한 수출드라이브를 걸고 나서자 미국.유럽연합 (EU).중남미 등 주요 국가들이 견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경기가 가라앉고 소비절약 운동이 펼쳐지는 과정에서 자국 제품의 대한 (對韓) 수출이 줄자, 일부 선진국들이 이를 통상문제로 비화시킬 조짐을 보이는 등 한국의 대외통상이 안팎에서 협공당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럽자동차공업협회 (ACEA) 회장인 베른트 피셔츠리더 BMW회장은 3일 (현지시간) 제네바에서 한국기자와 간담회를 갖고 "한국 시장에서 유럽자동차들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면서 "한국의 시장개방 노력을 예의주시하겠다" 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 (USTR) 의 리처드 피셔 부대표 등 통상대표단도 새 정부의 대외통상 정책방향 등을 점검하기 위해 5일 방한할 예정이다.

◇ 소비절약 운동시비 = 피셔 부대표는 청와대.재정경제부.산업자원부 등 새 정부의 고위관리들과 연쇄 접촉을 갖고 주요 통상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측은 올 봄부터 시작될 자동차협상에 앞서 시장개방 약속의 철저한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최근의 소비절약 운동이 수입품에 대한 차별조치로 변질되면 통상문제화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할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윌리엄 데일리 미 상무장관, 로스테드 주한 EU대사 등도 한국 정부에 대해 최근의 절약운동이 수입차별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항의해 왔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최근 재정경제부.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소비자단체 등에 공문을 통해 "교역상대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경우 한국 상품에 대한 수입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 고 지적했다.

◇ 수출시장에서의 견제 강화 = 미.EU.중남미 국가들이 한국 상품에 대한 문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미 관세청은 자동차.통신장비 핵심부품.철강 등 한국의 핵심수출품 10가지를 중점 수입감시 대상으로 선정한 뒤 수입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U측은 한국산 자동차의 유럽 수출이 급증하자 일본과 같은 쿼터제 적용이나 반덤핑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도 한국산 자동차.섬유직물.가전.철강 등에 대해 수입규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산업부는 우려하고 있다.

김종갑 (金鍾甲) 통상협력국장은 "수입규제 움직임을 보이는 나라에 무역사절단을 파견해 우리의 입장과 관심을 표명하는 등 적극적인 통상교섭 노력이 필요한 때" 라고 말했다.

박영수 기자·제네바 =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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