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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댓글, 기사에 활력 불어넣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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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일러스트레이션 = 강일구 ilgoo@joongang.co.kr

 서울 중계동에 사는 송광호(54·회사원)씨는 하루를 컴퓨터를 켜는 것으로 시작한다. 인터넷에 제공되는 뉴스 가운데 눈길을 끄는 제목의 기사만 가려 읽은 다음 출근 준비를 한다. 그렇다고 종이 신문을 읽지 않는 것은 아니다. 깊이가 있는 심층 정보라든가 그날그날의 주요 뉴스는 여전히 신문에서 찾는다. 요즘 그에게는 하는 일이 하나 더 생겼다. 관심 있는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읽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중앙일보를 읽을 때 기사도 기사지만 댓글도 주의 깊게 본다. 똑같은 사건을 놓고 기자와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기사가 빠뜨린 부분을 보충해 설명해 주는 등 유익한 정보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기회가 되면 자신이 직접 댓글을 써볼 생각이다.

인터넷의 발달은 독자와 신문사의 거리를 한껏 좁혀 놓았다. 이에 따라 독자들의 기사에 대한 반응도 양적·질적 모든 면에서 변화하고 있다. 예전엔 일부 열성 독자가 신문을 읽고 전화와 편지 등으로 의견을 표시했으나 이젠 이에 더해 인터넷 기사에 반응하는 보통 독자가 많아졌다. 고충처리인실로 전화를 걸어오는 독자의 상당수가 인터넷 기사에 대한 의견이나 따끔한 지적을 전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40~50대의 독자층이 늘고 있는 추세다. 간혹 70세 이상의 노인 독자도 눈에 띈다.

신문도 시스템적으로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한다. 통합 뉴스룸 성격을 갖는 조직을 만들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있다. 신문은 속보성뿐 아니라 오디오 미디어 등 멀티미디어 기능도 갖추고,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성공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인터넷 독자들은 전화와 e-메일 외에 댓글을 소통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종이 신문으로 읽은 기사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고 싶어 댓글을 일부러 찾는 독자도 많다. 논쟁이 불꽃 튀는 기사일수록 댓글 참여 열기는 뜨겁다. 이는 기사를 더욱 역동적으로 만든다. 독자들은 기사를 읽으면서 비판적 사고와 관점으로 댓글을 달고, 다시 이 댓글은 기사가 전하는 내용과 주제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엔 과거 생각지 못했던 여러 가지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신문사 웹사이트에 간단히 검색어를 입력하면 수년 전 기사가 줄줄이 뜬다. 이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면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았으나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있다고 치자. 신문이 실명으로 기사를 썼다가 재판 결과를 보도하지 않았다면 이 사람은 죄인 아닌 죄인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요즘 개인이나 단체로부터 기사 삭제 요청이 심심치 않게 들어오는 것은 종이 신문 시절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댓글도 해결해야 할 난제가 여전히 많다. 인터넷 실명제 도입으로 과거보다 많이 정화됐다고는 하나 아직도 욕설이나 비방 글이 올라와 건전한 댓글 문화 형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신문사들은 자체 윤리 기준을 만들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저질 댓글에 대처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윤리 기준을 위반해 삭제 조치가 되는 댓글이 신문사마다 하루 평균 20~30건에 달한다고 한다.

서명수 고충처리인, 일러스트레이션 = 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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