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네덜란드 작품 '드레스'…한 벌의 옷에 감추어진 욕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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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옷은, 그것을 입는 사람을 설명해주는 '기호' 다.

옷은 언어보다 앞서 그 사람을 표현하고 또 내면에 숨은 욕망을 대변한다.

네덜란드 영화 '드레스' (The Dress) 는 우리 옷 안에 숨겨진 욕망을 장난끼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주인공은 옷. 한 벌의 드레스가 만들어져 각기 다른 주인을 거치며 겪는 기구한 (?) 이야기가 산뜻한 유머로 포장됐다.

유머의 핵심은 관능이다.

영화는 하얗게 벌어진 목화송이에서 출발한다.

애인에게 버림받은 텍스타일 디자이너와 독특한 성적 취향을 갖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탄생한 나뭇잎 무늬의 푸른 원피스. 드디어 이 드레스의 기묘한 여행이 시작된다.

젊게보이고 싶은 욕망에 옷을 선택한 초로의 여인,빨랫줄에 걸려있다 날아가 만난 파출부 조안나, 구제품 시장에서 인연을 맺게된 사춘기 소녀 칸탈…. 이 여인들은 모두 어쩌다 손에 갖게된 드레스 한 벌 때문에 '곤욕' 을 치룬다.

한 벌의 옷이 겪는 기묘한 여행이 드러내는 것은 채워지지 않는 성적 욕망뿐만 아니라 늘 무언가 결핍돼 살아가는 인간들의 자화상이다.

영화는 에로틱한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경쾌하다.

'드레스' 는 96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평가상을 받았다. 감독은 영화에서 원피스의 관능적 마력에 이끌려 여자를 좇는 기차 검표원으로 출연한 알렉스 반 바르머담. 7일 개봉.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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