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염의 화신'마돈나, 4년만에 음반 내놔…내면의 소리 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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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마돈나의 매력은 우리 내면의 부끄러운 욕망을 떳떳이 드러내는 배짱과 그걸 상품으로 연결시키는 탁월한 마케팅능력이다.

저질스러운 행동속에 드러나는 자기철학때문에 그녀는 증오만큼 사랑을 받았다.

80년대는 그런 그녀와 가장 어울리는 시대였다.

90년대 들어 그녀는 조금 잠잠해졌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그녀의 관심이 욕망의 표면에서 내면으로 이동했기 때문이었다.

얼마전 남편없이 한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는 12번째 정규음반을 낸지 4년만에 테크노를 들고 나타났다.

'레이 오브 라이트' .욕망의 한점까지도 가급적 드러내고 고갈시키는 것이 촛점이었던 그녀의 음악은 이 음반에서 좀더 영적이고 예술적인 차원으로 옮아갔다.

전통적인 서사를 걷어내고 악기도 죽여버린 차가운 음악 테크노가 마돈나의 내면을 스케치하는 빈 캔버스로 쓰이고 있다.

인도음악을 차용한 마돈나의 목소리는 한결 정제되고 영적인 느낌마저 묻어난다.

새 음반은 후배들의 유행음악을 쉽게 따라갔다는 비판을 받고있기도 하지만 그렇게 폄하해버리기엔 마돈나의 성숙과 자기 성찰이 너무 분명하다.

그녀는 그녀와 함께 욕망의 바다에서 허우적댔던 대중들이 자신의 내면을 새롭게 돌아볼 계기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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